북한 상선 영해 침범 시 군 수뇌부의 골프 소식이 전해진 21일 군에는 자성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부에서는 이번 일로 자칫 군 수뇌부가 경질되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국방부와 합참 직원들은 이날 출근하자 마자 삼삼오오 모여 당시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앞으로의 사태 전개를 주시하는 등 하루 종일일손이 잡히지 않는 듯 했다.
한 고위 간부는 “국방을 담당하고 있는 군이 이번 사태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고개를 떨궜다. 다른관계자도 “위기상황에서 군 수뇌부가 골프를 친 것은 충분히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 영관급 장교는 “이유야 어찌됐든 북한 선박이 영해를 침범한 사실을 알고도 군 수뇌부가 골프를 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대국민 사과문이라도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당시 상황이 정확하게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 영관급 한 장교는 “당시 북한 상선의 영해 침범은 초기 단계로 위기상황이 아니었고,저녁에 백마강호가 다시 발견되면서 군 수뇌부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간부들 가운데서는 지나친 정치 쟁점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국방부 직원은 “정치인들이 국방문제를 오직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미국에서 한미 국방장관회담이 열리는 만큼 정치권도 국익차원에서 차분하고 냉정히 사안을 처리하는 대승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부 군사 전문가들은 훨씬 격앙된반응을 보였다. 중앙대 제성호(諸成鎬) 교수는 “남북관계가 미묘한 시점에서군 수뇌부의 골프 행각은 국기(國紀)와 직결된 문제”라며 “대북경계 태세는최전방뿐 아니라 군 수뇌부도 갖춰야 하는 것으로 최초 발견 이후 영해침범 단계에서도 사적인 일정을 강행했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지대 김명기(金明基) 교수도 “북한의 의도 중하나가 우리의 안보태세 점검, 대응능력 가늠에 있다는 점에서 우리 군의 약점을 그대로 노출시킨 셈”이라며 “안보분야 책임자의 임무와 권한을 넘어선 행동에 대해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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