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난로가 돼라.’대기업 인사(人事) 담당자들 사이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으로 통하는 격언이다. 말 그대로 상이나 벌을 줄때는 ‘뜨거운 난로’처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일단 ‘뜨거운 난로’에 손을 대면 사장이나 말단 직원 구별 없이 즉시 화상을 입는 것처럼, 상과 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평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19일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공기업경영평가 결과는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획예산처는 “평가결과가 나쁜 광업진흥공사사장에 대해 해임 건의를 함에 따라 공기업에도 책임경영 풍토가 조성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이번에도 힘없는 기관이 억울하게 당했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평가로 볼 때 사장해임을 건의키로 한 광업진흥공사의 성적은 사장이 해임될 수준은 아니었다.
99년 70.36점이던 평가점수가 73.47점으로 높아졌고, 올해 사장평가 부문에서는 13개 기업 중 8위를 차지했다.
기획예산처가 매년 민간기관과 공동 실시하는 공기업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광진공은 99년에는 1위, 2000년에는 2위를 차지했다.
또 올해 반부패특별위원회가 실시한 청렴도 조사에서는 23개 기관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 장관까지 “광진공 사장이 개인적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어쩔 수 없이 해임됐다”고 말할 정도이다.
반면 경영평가에서 상위를 차지한 한 공기업은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대규모 부당내부거래 및 불공정 거래 사실이 적발돼 검찰에 고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는 조사의 객관성과 투명성, 엄정성이 생명이어야 하는데 이번 조사는 그러한 원칙을 지키기 보다는 평가의 모양새에 더욱 치중한 느낌이다. 객관성 없는 잣대는 공기업 개혁이 아니라 억울한 희생양만을 만들 뿐이다.
경제부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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