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의 생명이 실물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 있다면, 요즘 같이 첨예한 기술력으로 업그레이드된 프린터는 화상을 실물보다 더 자연스럽고 보다 정교하게 투영하는 데 있다.잉크젯ㆍ포토 프린터 등 컴퓨터기기 관련 전문업체인 한국엡손㈜의 다카하시 마사유키(高橋正行ㆍ59)사장은 모든 경영의 시작을 끊임없는 '고객만족'에서 부터 찾는다.
고객의 마음을 누가 먼저 읽어내고, 이를 제품으로 실현하느냐가 고객만족의 첫 걸음이자 브랜드 파워란 의미다. 다카하시 사장은 "머리카락 한 올의 3분의1 굵기 정도인 프린터 잉크 필터에서 뿜어내는 채색기술과 뛰어난 해상도는 바로 '고감도 컬러 커뮤니케이션'의 실현"이라고 강조한다.
'색상의 정교함'과 '사용의 간편함', 그리고 '경제적 가치'가 바로 엡손 프린터만이 가진 기술력의 강점이라며 그는 엄지손가락을 높이 쳐들어 보인다.
다카하시 사장의 '고객우선' 정신은 사내 분위기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사무실 칸막이가 눈에 띠지 않을 만큼 탁 트인 부서간 업무환경. 위계질서가 강한 전형적인 일본 회사와는 달리 직원들이 사장에게도 '미스터 다카하시'로 부를 만큼 격이 없는 자유스러운 사내 분위기는 직원들 서로 서로가 마치 서로의 고객인 듯 착각할 만큼 깍듯하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일본 시계 브랜드 세이코(SEIKO)의 제조업체이기도 한 일본 엡손 세이코사는 1960년대 세계 최초로 미니 프린터를 제작할 만큼 정교한 프린팅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에서 인정 받아왔다.
세이코 시계 판매가 이 회사 전체 매출의 5%에 그치는 반면 컴퓨터 PCㆍ프린터, 컬러 이미지 스캐너가 대다수를 차지할 만큼, 엡손 프린터는 일본의 대표적 수출상품으로 꼽힌다.
그런 엡손이 국내에선 시장점유율에서 휴렛팩커드(HP)와 삼성전자에 이어 3위(1ㆍ4분기 현재 MS 22%)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다카하시 사장은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먼저 솔직하게 시인한다.
이 달로 꼭 만 3년째 현지 경영책임자를 맡고 있는 그로서도 엡손의 인지도가 아직 타사들보다 낮다는 점을 수긍하고 있기 때문. 그가 처음 국내에 발을 들여 놓았을 당시 엡손의 인지도는 고작 5%로 100명중 5명만이 그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말 인지도 조사결과, 26%를 넘어서자 일본 본사로부터 '마(魔)의 20%대' 벽을 깬 것에 대한 격려가 쏟아졌다.
한국인들의 일본제품에 대한 특수한 감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일본 경영진들로서는 다카하시 사장의 분발에 고무된 입장이었다. 한국엡손은 지난 3월말 인지도 제고에 대한 노력을 인정 받아 본사로부터 처음 마케팅 상을 수상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겸연쩍어 하는 다카하시 사장은 오히려 "엡손의 진정한 목표는 한국 내에서 단지 판매 1위가 아니라 고객 서비스 실현을 통한 고객 만족 창출에 있다"며 일본인 특유의 겸손함을 내보인다.
그의 말처럼 엡손은 고객우선의 정신을 앞세워 국내 다국적 기업으로선 처음 청소년 육성재단을 설립하는 등 지역사회에 대한 협력에 나서 13개 복지단체와 40여명의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다카하시 사장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어느 사회나 어느 회사나 다 같은 조직에서 상식은 항상 통용되는 법"이라며 "서로가 서로를 먼저 이해하고 인정해 줄 때 새로운 관계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마사유키 사장은 누구인가
1942년 일본 군마켄(群馬縣) 출생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졸업(65)
주류판매업체인 가와사키시 이시다야(石田屋) 본점 입사 /일본무역진흥회(JETRO)/ 신슈세키(信州精器)㈜(구 엡손사)입사(82.7)/ 엡손 싱가포르 사장/엡손 홍콩사장 겸 중국실장/ 일본 엡손 판매㈜전무/ 한국엡손㈜ 대표이사 취임(98.6.)
골프(핸디 18)ㆍ조깅ㆍ여행
일본거주의 부인과 2남1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데일 카네기의 '생각이 사람을 바꾼다'
다카스키 후지제록스 코리아㈜회장, 다카하시 후지필름 사장, 호즈미
아지노모토 서울사무소 대표 등 서울재팬클럽(SJC)과 주한 일본 제조업체회 회원들
Takahashi.masayuki@epson.co.kr
■나의 키워드
'큰 웃음소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다카하시 사장은 스스로 일할 때나 사람을 만날 때, 또 회사를 전체 운영하는데 있어 세가지 원칙은 철저하게 지킨다.
세가지 원칙이란 그의 인생 불문율이자 오랜 해외사업 활동에서 터득한 비즈니스 '3F'정신. "일에 있어 공정(Fair)하고, 융통성(Flexible) 있게 행동하며, 자유로운(Free) 사고를 펼친다"는 것이다.
■ 기본이 없는 관계는 비즈니스도 없다.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신뢰감이다. 신뢰가 없이는 결코 함께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 신뢰의 근본뿌리는 서로가 공정할 수 있다는 상호의 믿음에서부터 비롯된다.
일을 맡아 하는 사람이나 일을 주는 사람이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의 끈을 당기는 기본 정신은 신뢰감이며 이를 유지해주는 원칙이 바로 공정성이다.
공정한 상호 신뢰가 없이는 결코 서로 '윈-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원칙은 어떤 경우에도 바뀌어선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과 환경에 따라선 스스로 불리한 입장이거나 또 양보할 때도 있어야 하는 것이 인생이며 비즈니스다.
단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해도 장기적으로 승리를 예측할 수 있다면 현재의 난관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일을 수행해 보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그 흐름대로 움직이는 것이 바로 융통성이다."
■ 문제점이 없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자유로운 사고란 창의력이며 솔직한 생각이다. 사원을 뽑을 때 가장 우선으로 보는 부분이 바로 이 같은 적극성이다. 윗 사람이 듣기 싫은 부분까지도 말 할 수 있는 적극성이 없이는 회사의 발전과 변화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문제점이 없다는 것(No Problem)은 정말로 큰 문제점(Big Problem)이 숨어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엡손은 어떤 회사인가
엡손은 시계회사로 널리 알려진 일본 세이코 엡손의 핵심 주력회사로 프린터, 스캐너, 디지털 카메라, 액정 프로젝터 등의 정보화상 기기 전문회사다.
1964년 도쿄 올림픽 경기 당시 경기기록을 측정하는 시계인 '크리스털 크로노미터 951' 을 제작한 세이코 엡손(당시 회사명 수야 세이코)은 세계적으로 그 기술력을 인정 받았고 기록장치 외에 경기결과를 출력해 내는 프린터를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그 후 68년 미니프린터 'EP-101'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엡손(Epson)이란 브랜드명도 당시 처음 고안된 것으로 전기프린터(Electric Printer)의 아들(son)이란 합성어.
엡손은 잉크 프린터(84년)와 마하헤드(93년) 등을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엔 100년 이상 영구적인 컬러패스트 잉크개발에 성공, 고속ㆍ고감도 프린팅 전문회사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엡손은 80년대 초 삼보컴퓨터와 기술제휴 관계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고 96년 한국엡손㈜를 설립했다.
주요제품군: 프린터(포토 잉크젯ㆍ레이저ㆍ대형 사이즈ㆍ도트형)/컬러 이미지 스캐너/ 디지털 카메라/프로젝터
업적: 국제인증기관 BVQI 환경경영평가 ISO 14001 인증획득(2000.10)/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디자인 및 브랜드 파워 프린터 부문 1위 선정(2000.12)
매출액: 1,750억원 (2001.3월말 기준)
직영 A/S센터: 서울 용산ㆍ강남 등 전국 6곳
직원수: 150명
본사: 서울 역삼동 한솔빌딩 (02)558-4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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