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23개 언론사에 대해 무려 5,0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하고 일부 언론사에 대해서는 조세포탈 혐의를 포착, 사법당국 고발을 검토키로 함에 따라 100일 넘게 진행돼 온 언론사 세무조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다.국세청은 이와 함께 6~7개 언론사에 대해‘처벌’을 전제로 한 조세범칙조사에 착수한 상태라 이번 조사가 자칫 언론계에 엄청난 핵폭풍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을 전망이다.
손영래(孫永來) 서울지방 국세청장은 20일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기나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한 세금 탈루 혐의가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분석하여 조세범처벌법 적용가능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언론사주 등의 사법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껴온 것에 비하면 상당히 ‘공격적인’입장표명이다.
조세포탈 등 범법행위가 드러난 언론사에 대해 검찰 고발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손청장은 특히“검찰 고발대상자에 사주도 포함될 수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배제할수 없다”고 말해 법인뿐 아니라 언론사주 역시 고발대상자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세청이 이날부터 6~7개 언론사에 대해 정기법인세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한 것은 사법처리를 위한 수순 밟기라고 할 수 있다.
현행 세법규정 상조세 범칙조사는 일반세무조사와 달리 피조사기관의 명백한 세금탈루 혐의가 드러났을 경우 실시하도록 돼 있다.
피조사기관을 사실상‘범법자’로 간주한 세무 사찰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일반조사는 1주일 전에사전 통지를 한 뒤 조사인력이 직접현장에 나가 출장조사 하는 것이 통례이지만 조세범칙 조사가 선언되면 사전통지 없이도 불시에 해당업체의 사무실을 급습, 언제든지 자료를 압수(영치)할 수도있고 필요 자료의 열람도 가능해진다.
국세청은 표면상“일부 언론사의 경우 주식변동조사와 관련한 금융거래내용, 해외거래 부문에 대한 확인이 완결되지 않아 조사범칙조사로의 전환이 불가피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은 사법당국 고발을 위한 마무리 작업이라는 게 일반적 견해다.
한편 국세청이 발표한 언론사의 탈루세액은 우선과거 재벌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드러난 추징액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천문학적인 규모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국세청이 찾아낸 23개 중앙언론사의총 탈루액은 1조3,594억원. 이에 따른 추징세액만 5,056억원에 이른다.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따르긴 하지만, 추징액만 따질경우 1992년 현대그룹(1,361억원), 93년 포항제철(765억원), 99년 한진그룹(967억원) 등 그 동안 세무조사를 받아온 재벌그룹들에 대한 추징액보다도 압도적으로 많다.
“언론사도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인 만큼 성역없이 조사하겠다”고 누차 천명해온 세무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추징세액규모나 고발을 전제한 조세범칙조사로 인해 언론사들의 반발 역시 거세질 전망이다.
국세청은 그동안 “일상업무에 지장을 주지않는 선에서 최대한 빨리 조사를 끝내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당초 2월 8일 언론사 세무조사를 시작해 5월 7일 끝내겠다고 했다가 다시 6월 19일까지로 연장했다.
더구나 이번에또 다시 조사기간이 지연됨에 따라 결과적으로“언론을 위축시키기 위한 압박용세무조사”라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고, 야당도 이를 정치 쟁점화할 전망이어서 당분간 파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稅추징 통보후 90일이내 이의신청 가능
국세청은 이번 주중 해당언론사들에 대해 세금추징액을 통보할 방침이다.
세금추징을 통보받은 언론사는 이날부터 90일 이내에 관할 세무서나 서울지방 국세청, 국세청, 감사원, 국세심판원 중 1곳에 이의신청이나 심사청구, 심판청구 등을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세무서나 서울지방국세청은 30일 이내에, 국세청은 60일 이내에, 국세심판원은 90일 이내에, 감사원은 3개월 이내에 각각 세금 추징의 적법성에 대해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들 기관을 결정을 받은 뒤에도 납득이 가지 않을 경우에도 다시 심판청구나 행정소송등의 절차가남아 있기 때문에 세무당국과 언론사 간에는 세금 추징을 둘러싸고 앞으로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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