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새 에너지 정책에 따라 출현할 미국의 거대한 원전 건설 시장을 놓고 세계 발전설비 업체들의 각축이 치열하다.미 정부는 에너지 생산 증대를 위해 앞으로 20년 동안1,300개의 새 발전소을 건설하고 원자력 발전소는 적어도 50기를 신규 건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 정부가 환경문제 등 때문에 지금까지 20여년간국내 원전 증설을 억제해 미국 기업들은 원전 설비부문을 매각했거나 축소한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꾸준히 원전 설비를수출해온 일본 기업과 합작을 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지닌 원전설비 공급권을 따내려 하고 있다.
선발주자는 원전 설비 생산에서 세계 수위를 다투는미국의 웨스팅하우스(WH)와 제너럴 일렉트릭(GE). WH는 최근 일본의 미쓰비시(三菱)중공업과, GE는 일본의 히다치(日立), 도시바(東芝)와각각 손 잡고 고효율ㆍ저비용 신형 원자로 개발에 착수했다.
이 같은 WH와 GE의 움직임은 증기발생기,터빈 등을 생산해온 일본 업체들과의 협력, 경쟁자인 독일의 지멘스나 프랑스의 프라마톰 등 유럽 발전설비 업체들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최근 WH와 GE는 원전 설계와 엔지니어링을 특화하고 일본 업체들은 기기 개발과 생산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WH-미쓰비시는 100만㎾까지 출력을 올린 신형 원자로를 2005년까지, GE-히다치-도시바 컨소시엄은 170만㎾까지 효율을 높인 초대형 터빈을2010년까지 실용화할 계획이다.
두 합작 업체들의 원자로는 각각 가압수형(加壓水型)과 개량형 비등수형(沸騰水型) 경수로로 형태가 다르지만 최대70%까지 출력을 높이고, 제조단가를 크게 낮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동안 인수ㆍ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온유럽 발전설비 업체들도 곧 신형원자로를 내놓고 대응에 나설 태세다. 오랫동안 휴면상태에 빠졌던 세계 원전시장은 앞으로 미-일 컨소시엄과 유럽 업체들의 맞대결로 뜨겁게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는 현재 103기의 원전이 가동중이며, 전체 에너지 가운데 원자력 비중은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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