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봄 가뭄에 다지난 겨울 엄청난 폭설까지 겹쳐 각 지방자치 단체의 올해 재해대책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는 바람에 곧 닥쳐올 장마와 태풍 등 수해에 쓸 돈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특히 선심성 예산 배정을 위해 지난해 말 중앙정부의 올해 재해대책 예비비를 8,000억원이나 삭감하는 여야의 근시안적인 예산처리로, 이번 가뭄에서 지자체의 과잉지출이 초래돼 재해예산이 거의 고갈상태에 이르렀다.
20일 충남도에따르면 대부분 재해대책비로 지출되는 도 예비비 123억원 가운데 64억원이 가뭄극복에, 35억원이 폭설대책에 투입됐다.
지난해의 경우 가뭄ㆍ폭설대책비로 지급된 예비비는 수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남은 예비비는 현재 23억여원이지만 충남도는 매년 90억원 이상을 수해대책비로 사용하고 있어 당장 장마와 태풍 등이 닥칠 경우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충북도도 지난해에는 예비비 가운데 가뭄 및 폭설 대책비가 겨우 수천만원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31억원씩이나 지출됐다.
충북도는 예비비 108억원이 완전히 ‘펑크’ 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뭄대책비 가운데 절반을 지역개발비 등에서 전용했으나 남은 예비비는 40억원에 불과하다.
충북도가 수해에 대응해 지출하는 예비비도 매년 50억~60억원에 달해 많은 비가 오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나머지 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북도는 예비비 217억원 가운데 121억원만 남아 100억~150억원이 드는 수해대책비를 마련하기 위해 추경예산편성 때 예비비를 확충할 계획이다.
강원도도 100억원의 예비비가 완전히 고갈되고 현재는 15억원의 적자를 보이고 있어 정부로부터 추가지원을 받기 위해 백방으로뛰고 있다.
특히 재정이 열악한기초 지방자치 단체의 형편은 더욱 심각하다. 일부 기초지자체는 수해대책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방채 발행 등 긴급수단까지 강구하고 있을 정도다.
예비비15억원 가운데 9억원을 써버린 경북 봉화군은 비 피해가 심할 경우 지방채를 발행할 계획이고, 충북 보은군도 군의회의 승인을 얻어 수해대책 사업을 추진하고 예산은 내년에 집행키로 했다.
지자체의 재해대책예산고갈은 가뭄과 폭설이 겹친 것이 원인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올 예산을 편성하면서 선심성 예산의 비중을 높이려고 정부의 예비비를 요청액인 1조7,000억원보다 절반가량 삭감한 9,000억원(지난해 1조3,800억원)으로 책정, 예산 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정부는 정부예산에서 지방에 재해대책비를 지원할 때 정부와 지자체가 금액을 분담하게 되는데, 올해에는 중앙정부의 예비비가 줄어들자 지자체의 분담비율을 억지로 높였다.
가뭄대책비만 해도 지방에 지원하는 교부금 2,413억 가운데 41%인 977억원을 지자체가 분담토록 해 평소 분담비율인20~30%를 초과했다.
충북 시민단체의한 관계자는 “추경편성으로 무조건 국민의 부담만 늘릴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선심성 예산을 줄여 수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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