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대병원 김수태 교수는윌슨씨 병을 앓고있던 13세 소녀에게 뇌사자의 간을 이식했다. 그로부터 만13년.뇌사가 법률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경찰에붙들려 갈 것을각오했던 한 의사의 용기와도전은 비록 짧은세월 속에서도 우리나라에 이식의학이 탄탄하게뿌리내리는 밑거름이 됐다.
국내 이식수술의 수준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국내이식의학 수준은 이제선진국에 비해 결코뒤떨어지지 않는다.
장기를 기증받는다면 몰라도, 이식수술 자체에불신을 갖고 외국으로 건너갈 필요가 없다는것이다.
1만 번이훨씬 넘는 수술이 이루어진 신장 이식을 비롯해 간(740번), 심장(172번),췌장(44번), 폐(3번),도세포(4번) 이식등 장기이식에 대한경험을 축적하고 있는병원만 해도 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중앙, 삼성서울병원 등 전국적으로 25곳이 넘는다.
병원과 의사의욕심이 앞서 때론무모할 정도로, 서둘러 이식을진행하고 결과를 부풀리기도 했지만,70~80%에 이르는 이식 성공률은 우리의 의술이신뢰할 만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말해 준다.장기이식이 생명을 구하는수단일 뿐 아니라, 수명을 연장하고 더 나은삶을 약속하는 새로운치료법으로 자리잡게 된것이다.
■ 간이식
말기 간경변환자에게 실시하는 간이식은 전국적으로740번이 넘게이루어졌다. 이 가운데 뇌사자간이식이 314번으로 오히려생체간이식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뇌사자 간이식의 경험을가장 많이 축적하고 있는 서울중앙병원의 경우 1년생존율은 80% 이상, 10년 생존율은 75%에 이른다.
그러나 장기이식에 필요한뇌사자의 기증 장기가절대적으로 부족해 말기 환자의 생명연장은 일부 소수에게 국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중앙병원 이승규 교수가 94년국내 첫 도입한생체부분간이식은 장기부족 상황 속에서나온 일종의 현실타개책이었다.
서울중앙병원이 그 동안 실시한 생체간이식은 300번. 뇌사자 간이식102번에 비해약 3배나 된다. 이 교수는 “서울중앙병원은 전세계에서 생체간이식이 가장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병원중 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멀쩡한 사람의배까지도 째야 하고, 한사람 분의 간을 절제해두 사람 분을 만들어야 하고, 혈관과 담도 사이즈가 반으로줄어든 간을 가지고수술해야 한다는 점에서합병증 발생 우려가높은 까다로운 수술이지만 최근 생체간이식 성적은재원 사망률이 10% 이내를 기록, 안정적 단계에 올랐다” 고 자부했다.
재원사망률이란 수술 후 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안 사망한비율을 말한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도 간이식100번을 넘어섰다.
■심장이식
1년 생존율이 70년대 초 20~30%에 불과했으나 새로운 면역억제제, 이식후 신속한 거부반응 검사법등이 개발되면서 80~90%를 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170번이 넘는 심장이식 가운데 절반이 넘는 92번의 이식을 집도했던 서울중앙병원 송명근 교수는 “환자 1년생존율이 최근 92%를 넘어서미국 스탠포드대의 84%보다도 높다”고밝혔다.
그러나 장기간생존시 나타나는 합병증을 아직 해결하지 못해 5년, 10년 장기 생존율이 각각 70~75%, 50%로 다른장기에 비해 크게떨어진다.
한국형 인공심장을 개발했던 서울대 민병구의공학부 교수는 동물실험단계를 벗어나 이제임상적용을 위한 경험축적 단계에 들어섰다.
12일 고려대 안암병원에 이어가까운 시일 내 순천향대병원에서도 말기 심장병 환자에게 인공심장 삽입술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 신장ㆍ췌장이식
심장이나 간이식의 목적이 생명연장에 있다면만성신부전증 환자나 당뇨병환자에게 시행하는 신장이나 췌장이식은 삶의 질을높이는 장기이식이다.
전국적으로 50번이 실시된췌장이식은 인슐린을 사용해도 혈당조절이 잘 안되거나 망막질환 등 합병증이 발생한 당뇨병 환자가 대상이다.
서구에서는 췌장이식 후 장기의 1년 생존율이 70~80%에 이르나 우리나라는조금 떨어져 60~70% 수준이다.
그러나 96년 41.7%, 97~98년 63.6%에 비하면99년 이후 83.3%로 놀랄 만한 수준으로 뛰어오르고 있다.
장기이식에서 가장오랜 역사를 기록하는 신장이식은 새로운 면역억제제가 잇달아 선보이면서 1년 생존율이 97.3%를 육박하고 있다.
1,975례로 국내병원 가운데 가장많은 신장이식을 기록한 세브란스병원 박기일 교수의 경우 1년, 5년, 10년 생존율이 각각 97.3%, 91.8%, 83.0%이다.
■장기 기증이 부족하다
연세대의대 외과김순일 교수는 “장기이식 성공률이 높아지면 질수록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수는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장기 공여자의 숫자는 늘지 않고 있어 큰 문제”라면서 “공여장기 부족 현상을해결하려면 국가는 물론사회 구성원 각각의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말했다.
장기 이식을활성화하기 위해 2000년부터 시행 중인 뇌사인정법에 따라 설립된국립장기이식센터(KONOS) 가동이후 99년 165명이었던 뇌사자장기이식이 2000년에는 약 100여 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장기기증운동본부 최승주사무국장은 “ 현행 장기이식 과정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기증자에 대한 보상도 없어기증자들이 아무런 자긍심이나 정신적 만족감을 느낄수 없다”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시행하고 있는 장기조달기구(OPO) 제도를 국내에도 도입해야 한다”고주장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외국에선
이식의 기술 발달과 함께 전에는생각하지 못했던 신체 부위에 대한 이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CNN은 1998년 후두 이식 수술을 받은 후 정상 목소리를 되찾은 티모시 하이들러의건강한 모습을 육성과 함께 3년 만에 공개했다.
하이들러는 오토바이 사고로 20여 년 넘게 목소리를 잃은 채 살아왔다. 수술 후 3일 만에 약간은쉰 목소리로 “헬로”라고인사를 할 수 있었던 그는 이제는 성대를 잃은 환자들에게 용기를 북돋는 강연회를 하며 돌아다니고 있다. 이 사실은뉴잉글랜드 저널에도 소개됐다.
그에게 후두를 제공한 기증자는만 40세 같은 나이로 심장마비로 사망했던 사람이다. 펜실베이니아 액센트가 섞인 저음의 목소리를 갖게 된 그는 “주위에서는 아버지 목소리와 닮았다는 말을 한다.
기증자의 목소리가 어떠했는지 모르지만테이프를 들어본 결과 그의 목소리를 닮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이들러는 후두를 이식받으면서그 근처에 위치한 갑상선과 부갑상선도 함께 이식받았다. 그는 수술 직후 3개월 동안 아무것도 삼킬 수 없었으나 신경이 점차 자라면서 감각을 되찾게돼 먹을 것도 삼키고 있다. 후두는 기관지 입구에 위치해 있다.
그의 후두이식을 집도했던 의사인클리블랜드 클리닉의 마셜 스트롬 박사는 암환자를 위해 비슷한 수술을 시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놀라운 또다른 사례는 손을통째로 이식한 것. 현재 미국에는 모두 3번의 손 이식이 이루어져, 2번이 성공했다.
매튜 스코트라는 한 37세 남자는 13년 전 불꽃놀이 사고로 왼 손을 잃었으나, 99년 한 죽은남자의 손을 팔에 붙이는 이식수술을 받았다.
17명의 외과의사가 참여해 힘줄, 정맥, 동맥, 심지어 피부까지도 이식하는 까다로운 수술이었다. 정규적인물리치료를 통해 그는 조금씩 손을 움직이는 데까지 이르렀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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