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레의 국제 콩쿠르 입상이 잇따라 발레의 성장세를 실감케 하고 있다.18일 끝난 모스크바 콩쿠르에서 국립발레단의 김주원이 여자 동상, 파트너 이원국이베스트 파트너상을 받았다는 소식(본보 19일자26면 보도)은 최근 4년간 계속 날아드는 낭보의 연장선에 있다. (표 참조)
콩쿠르 열기에 불을 당긴 것은 1997년 김용걸(당시 국립발레단 주역, 현 파리오페라발레단원)의모스크바 콩쿠르 남자 동상 수상이다.
외국 유학 경험이 없는 100% 국내파의 첫 쾌거에 한국 발레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듬해부터 입상 소식이줄을 이었다.
한국인이 발레로 국제 콩쿠르에 입상하기는 1984년 강수진(로잔 콩쿠르 그랑프리ㆍ슈투트가르트발레단 주역)이 처음이지만 조기유학생이었다는점에서 순수 토종 발레의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반면 최근 입상자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공부했다는 점에서 더욱 보배롭다.
이러한 현상은 90년대 중반 이후 일어난 발레 붐을 더욱 달구고 있다. 국립발레단의김주원 김지영 이원국 등 주역은 스타가 됐고, 이달초 ‘백조의 호수’ 공연은 외국 유명무용단 공연보다 높은, 87%라는 놀라운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10월까지 진행되는 ‘해설이 있는 발레’는 2월에 진작 매진돼 추가공연을 마련해야 할 만큼 인기다.
그러나 무용수의 성장과 대조적으로 안무가 부진한 것은 한국 발레의 숙제로 꼽힌다.국립발레단은 초대 임성남 단장 시절(1974~1992)부터 창작 발레를 해왔지만 레퍼토리로 남은 것은 하나도 없다. 계속 다듬어 올려야 좋은 작품이나올 텐데 한 번 공연하면 끝이다.
심하게 말하면 외국 작품을 가져와 흉내내기만 해온 셈이다. 한국인의 손으로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은 우리 발레의성장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줄 증거가 될 것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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