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센씨병(일명 나병) 환자를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강제로 격리수용한데 대한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제기된다.의사와 사회운동가 등 120여명으로 구성된 ‘소록도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소록도모임)은 19일 “정부가 해방 이후부터 1962년 전염병 예방법상 나환자 강제격리 규정을 임의규정으로 완화하기 전까지 소록도에 한센씨병 환자들을 강제로 수용, 외부와 격리시킨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 행위”라며 “8월 말까지 소록도 환자들의 증언을 받아 피해보상 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록도모임은 국가소송과 함께 일제시대에 소록도 정착촌을 만들어 격리수용을 시작했던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센씨병 환자의 인권회복을 위해 지난 3월 광주ㆍ전남권의 저명인사를 중심으로 발족된 이 모임은 14일 소록도에서 환자 8명과 함께 모임을 갖고 “1940년대에 이미 치료법이 개발됐고 감염성도 높지 않은데 환자를 격리수용한 것은 잘못”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소송제기 여부를 논의해왔다.
이에 앞서 일본에서는 구마모토(熊本) 지방법원이 지난달 11일 한센씨병 환자들을 강제 격리수용한 정부에 18억엔의 피해보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본보 5월12일자 27면 보도)을 내렸다.
이에 따라 소록도모임은 내달 초 구마모토 현을 방문, 일본의 소송 관계자들을 만나 자료를 수집하고 현지 한센씨병 환자모임과의 연대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소록도는 1916년 조선총독부가 국립 소록도병원의 전신인 자혜의원을 세워 100여명의 한센씨병 환자들을 수용, 외부와 격리시키면서 ‘천형(天刑)의 땅’으로 불렸으며, 90년대 초까지도 환자들이 2,000여명에 달했다. 62년 강제 수용조치가 풀리면서 현재는 자활능력이 없는 820여명만 거주하고 있다.
■ 한센씨병이란?
일명 나병(癩病)으로 불리는 이 전염성 질환에 걸리면 몸이 만성적으로 썩다가 심한 경우 사망하게 된다.
중세 유럽에서는 죄인에게 가해지는 ‘천벌’로 인식됐으나 이제는 이 같은 편견은 없어졌으며, 전염병 가운데 전파성이 약한 질병으로 밝혀지면서 사회적 냉대도 사라졌다.
우리나라에는 2만여명의 환자가 있으며 이 가운데 2,000여명이 소록도 등 7곳의 자활 정착촌에서 치료 중이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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