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걱정이 끝나자마자 물난리 걱정이예요.”18일 이른 아침 상습 침수 지역인경기 파주시 문산읍 삼옥리 들녘에서 논에 물을 대던 주민 정승선(58)씨는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문산천을 바라보았다.
재작년 문산천이 범람, 자다 말고 맨발로 가족들이 인근 야산으로 피신하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근심을 대변하듯 문산의 소리천 제방 공사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채 시뻘건 진흙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공사를 주관하고 있는 서울지방 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올 12월까지 완공예정인 공사로 현재 공정률 78%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주민 박달막(49)씨는 “장마가 불과 10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중간 마무리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나마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시행하는 공사와 곡릉천 하도준설 등 경기도에서 하는 공사는 평균 공정률 95%이상으로 상황이 나은 편.
파주시에서 하는 공사의 경우 9개의 배수펌프장 중4개만 완공된 상태이고 두포제 개수 공사 등 6개 지천의 둑 보강 공사는 이제야 보상이 끝나거나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재정문제로 건설교통부에서 나서주지 않는 이상 속도를 내기 힘들다”며 “솔직히 이번 장마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2년 전 한탄강 지류가 범람하면서 대규모 수해를 당한 연천군 지역도 이렇다 할 수해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연천군청 치수계 직원들은 이날 하루 종일 관내에 아직 완공 되지않은 배수펌프장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치수계의 한 직원은 “펌프장 공사를 시작하지도 않은 지난해에도 별문제 없었는데…”라고 모기만한 목소리를 냈다.
연천군청은 펌프장 기본시설은 이미 가동이 가능해 수해예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지만 연천읍내 침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차탄천 범람을 막기 위한 인공수로 공사는 완공 예정기한인 이 달 말을 맞추기 어려운 형편이다.
연천댐 철거 후 수해 위험에 노출된 한탄강 유역도 수방 공사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욱이 양수기나 전기 펌프 설치를 위해 제방 둑 여기 저기가 파헤쳐져 기습 폭우라도 쏟아지면금세 유실될 듯 했다.
연천군 신서면과 신현리를 가로지르는 부령천의 경우도 재작년 범람, 30여ha의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냈으나 토사유출 부분만 응급 땜질된 상태였다.
엊그제까지 물싸움을 벌였던 연천군 전곡리 주민들은 논ㆍ밭이 해갈된 이날 삽을 들고 제방 둑 막기에 여념이 없었다.
주민들은 “선사시대 유적문제등으로 댐 공사가 진전을 보지 못해 앞으로도 몇 년간은 더 물난리를 겪어야 할 것 같다”며 한숨지었다. 한 주민은 “가뭄 끝나자 수해”라며 “언제까지 이 고생을해야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한탄강 네트워크의 이철우 소장은“장마가 오기 전에 강 중간에까지 설치한 급수시설을 빨리 철거하는 등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고말했다.
수방대책도 중요하지만 한탄강과 임진강 수계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물정책연구소의 최용택 소장은 “임진강 한탄강의 강바닥을 2m만 준설해도 지금보다 6~10억톤의 물을 더 담을 수 있어 가뭄과 홍수예방이 가능하다”며“강바닥이 드러난 가뭄기가 준설공사를 하기에 최적기인데 당국에서는 때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연웅기자
ywlee@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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