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버선발로 맨 땅 위를 사뿐사뿐, 옛 돌문화재 사이를 걸어 다니며 추는 살풀이 춤엔 귀기가 서렸다.문인석과 무인석, 그리고 동자석은 흰 수건이 너울거릴 때마다 굳게 다문 입술을 들먹이는 듯하다. 이국의 낯선 땅에 묵묵히 서서 지내온 한스런 세월은 한바탕 살풀이 춤과 우리가락으로 스러져간다.
■지난13일 일본 미에(三重)현 이치시(一志)군의 고다마로카(樹神綠化) 묘목 농장에서 승무의 인간문화재 이애주(서울대교수)씨는 살풀이 춤을 추었다.
한국문화재의 비운을 상징하듯 애절한 춤이었다. 이 농장은 유통센터를 경영하는 사업가 구사카 마모루(日下守ㆍ66)씨의 소유로 이곳에서 옛 돌문화재 70점을 기증과 매각 형식으로 한국에 넘겨주는 행사가 열렸다. 용인의 세중옛돌 박물관 설립자 천신일(千信一ㆍ 58)씨의 정성이 결실을 맺는 자리이기도 했다.
■한국문화재가외국에 유출된 것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국립박물관 전시실을 가득 채울 정도로 일급 유출문화재가 외국에 나가있는 것이다.
모두 나라가 쇠망해지는 과정에서 무단 유출된 것들이고, 우리가 제 가치를 알지 못하는 사이에 빠져나간 문화재들이다. 다행이 구사카씨는브루나이 왕족에 팔려던 소장 한국문화재를 마음을 바꿔 돌려주는 호의를 보여 주었다.
■민간에서유출문화재의 귀향을 성사시킨 일은 의미가 크다. 정부가 나서면 잘 될 일도 있겠지만 어려운 일도 있기 때문이다.
한일관계는 애증이 얽혀 있다. 최근 일본교과서의 왜곡문제로 심사가 어지러운 때에 옛돌문화재를 돌려받는 행사가 열린 것에서 관계 개선의 한 방안을 찾아 볼 수 있겠다.
한일갈등은 결국 사람 간의 관계에서 나온 것이고, 그 해결은 민간 교류에서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국력과 개개인의 실력이 뒤따라야 대등한 교류가 가능하지만 서로 간 선입견을 버리고 적극 교류에 나서면 개인간의 이해와 친분이 두 나라 사이에서 막힌 물줄기를 뚫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성자 논설위원 sj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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