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만 했어도 서울대가 이런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을 겁니다.”서울대 사회대 박사과정생 C(33)씨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몇 달 동안 서울대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C씨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지난달 18일 서울대 인문ㆍ사회ㆍ자연대 등 기초학문분야 3개 단과대학 교수 352명은 기초학문 외면정책 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수들은 “이기준(李基俊) 총장과 대학본부가 저급한 경제논리로 대학을 독선적으로 운영하면서 기초학문을 고사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대 내부에서는 “이 총장에 대한 반감이 표면화한 것”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교수 정원관리와 연봉제, 부교수 정년보장 철폐 등을 추진해 교수들의 신분불안을 야기시킨 데다전임 총장 때 교육부와 협의한 대로 BK21 사업을 밀고 나간 것에 대한 반감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성명서 파동의 직접적인 계기가 ‘교직원수첩’의 단대별 표기 순서였다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됐다.
1월의 2002년 입시안 발표는 교수들의 불신 사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모집정원 축소와 모집단위 광역화, 전형요소 다양화 등 고교 및 대학교육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 올 중요한 입시안이었지만 최종적으로 입시안을 승인한 단대 학장들은 막상 발표 당일 반대 성명을 냈다.
당시 반대 성명에 참여했던 한 학장은 “모집단위 광역화와정원축소가 교수들의 위기감을 자극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수들은 제 밥그릇만 챙기고 자기 직속 후배들만 챙기고 있다는 비난이 적지 않다. 지난달 28일 사범대 교수들의 ‘교수신규임용시 단대 자율권’ 요구 성명은 학내외에서 지나친 이기주의의 발로였다는 비난을 받았다.
교수들은 “대학본부가사범대에서 추천한 임용후보 3명에 대해 ‘타교 출신 3분의 1 이상 임용’ 규정을 들어 부결시킨 것은 단대의 자율성을 심각히침해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사범대 일각에서 조차 “본교 출신 교수가95% 이상을 차지해 학문간 동종교배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비등하다는 점은 겸허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며“특히 영어 및 지리교육과는 현재도 100% 본교 출신으로만 교수진이 구성돼 있어 설득력이 없는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제는교수 사회에서 불신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기초학문분야 교수들은 집단행동에 까지 나서며 학문의 균형발전을 얘기하면서도 정작 대안제시에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대학본부가 2002년부터 적용할 장기발전계획을 마련키 위해 단대별 발전안 제출을 요구했지만 일부 단대에서는 “1998년에 제출한안과 동일하다”는 무성의한 답변만 보내 왔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항상 최고라는 자부심을갖고 있던 서울대 교수들이 사회 전반의 변화요구를 자기 밥그릇에 대한 침해로 여기고 있다”며 “서울대가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교수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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