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 복귀의 바람인가"불가리아의 과거 군주 복귀를 계기로 공산정권의 몰락과 함께 축출됐던 구 동구 출신 군주들이 선거를 통해 권좌를 다시 찾을 지 여부가 흥미롭다.
55년에 걸친 망명생활 끝에 귀국한 시메온 2세(64) 전 불가리아 국왕이 이끄는‘민족운동 시메온 Ⅱ(NMSⅡ)’가 17일 실시된 총선에서 승리해 동유럽 최초로 과거의 군주가 권좌에 복귀했다.
개표가 99.2% 이뤄진 18일 오후 현재 NMSⅡ는 43.4%의 지지를 얻어 18.26%의 지지를 획득한 이반 코스토프 총리의 집권 중도 우파 민주세력동맹(UDF)과 17.36%를 차지한 사회당(PSB)을 앞질러 의회(240명)에서 다수당이 될 것이 확실하다.
이번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은 그는 헌법에 따라 의원이 아니더라도 당수로서 총리가 될 수도 있지만 막후에서 차기 정부에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승리가 확정되자 “불가리아는 이제부터 정신ㆍ경제적 르네상스를 시작할 것”이라며 경제를 재건하고 부패척결에 최우선을 두겠다는 공약을 거듭 강조했다.
창당 2개월 만에 시메온 2세가 정치 전면에 등장한 까닭은 1989년 공산정권 붕괴 후 정치ㆍ경제적 혼란에 따른 만성적인 물가 불안과 고질적인 부정 부패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메온 2세의 성공에 힘입어 공산 정권 수립이후 축출된 동유럽의 다른 군주들도 한껏 고무되어 있다.
알바니아 전 국왕 조그 1세의 외아들인 레카 1세(62)는 아직도 군주제 회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인물. 망명생활 반세기만인 1979년 알바니아로 돌아오자 마자 불법시위를 배후 조정한 혐의로 3년형을 선고 받을 정도로 권좌 복귀에 가장 열정적이다.
두 차례나 재위했던 루마니아의 미카엘(80) 전 국왕도 1947년 12월 공산정권 수립이 선포되기 수시간 전 폐위당해 런던으로 망명했으나 1997년 시민권을 회복한 뒤 정치적 복귀를 모색하고 있다.
스위스에 살고있는 그는 지난 6월 루마니아를 3주간 방문, 공산당 출신의 이온 일리에스쿠 전 대통령과 화해 제스처를 보이며 기반을 다지고 있다.
티토 정권이 군주제를 폐지하자 1945년 런던으로 쫓겨났던 유고슬라비아의 알렉산데르(56) 왕자도 지난해 10월 귀국 당시 공항에서 군주제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한껏 꿈에 부풀어 있다.
몬테네그로의 니콜라스 페트로비치(57)공(公)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 운동을 지지하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메온 2세의 권좌 복귀에 영향을 받아 동유럽에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유럽의 전반적인 경제난과 지도력 부재, 국민의 의식수준 향상 등 여건은 비슷하지만 이들은 시메온 2세와 달리 왕실 부활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다 국민을 단합할 만한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정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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