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냐, 주택이냐.’ 투자자들이 갈림길에 서 있다.경기회복 기대감을 안고 주식시장에서 ‘대박장’ 대망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한편에서 내년 선거와 월드컵특수 등을 계기로 부동산시장이 뜰 것이라는 낙관론이 슬금슬금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림잡아 200조원에 이르는 시중부동자금이 언제든 돈 가방을 꾸릴 채비를 갖추는 분위기다.
자연 투자타이밍과 방향을 잘못 짚을경우 큰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조바심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본지가 경제전문가 13인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는 ‘주식대세론’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전문가 중 8명이 현재 시점에서 유망한 투자대상으로 부동산 대신주식을 선택했다.
■나는 주식을 한다
주식시장을 주눅들게 했던 각종 악재들이 걷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다 현대와 대우사태 등 자금시장의 각종 리스크가 상당부분 줄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주식시장이 뜰 수 있는 조건은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경기가 회복되면 부동산시장도 함께 수혜를 누릴 수 있다.
그렇지만 “경기회복에 주식시장이 6개월 정도 선행한다면 부동산은 6개월 이상 후행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투자 순서상 주식이 우선(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원)”이라는 설명이다.
주식이 저평가돼 있는 것과는 달리부동산시장에는 아직 빠질 거품이 더 있다는 것도 근본적인 차이점으로 지적됐다.
클라인워트벤슨증권 김길수 이사는 “경기회복요인을 제쳐두더라도 국내 주식시장에 저평가된 종목들이 많이 있는 만큼 부동산보다 훨씬 유리한 승률게임을 벌일 수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은 캐시플로(현금 흐름)를 중요시하는 최근 재테크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으로 부동산시장의 하강을 점치는 의견이 우세했다.
“주택보급률이 90%를 넘어섰고 사회문화적으로 결혼 적령기인구의 감소와 결혼 시기의 지연 등으로 부동산시장의 하향 압력이 커지고 있다”(대우증권 홍성국 투자정보부장), “땅과 설비가 필요한 굴뚝산업에서 정보통신 위주의 데스크산업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앞으로 2~3년 동안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더 빠질 것으로 보인다.
10%에 이르는 각종 세금을 물면서 주택을 사기에는더더욱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는 지적이다.
■나는 부동산을 한다
부동산은 실물자산의 대표적인 투자상품이다. 투자자들이 부동산을 눈여겨보는 것은 원금보장에 따른 안정성 확보 외에 인플레이션으로 현금가치가 떨어지면 돈을 쥔 사람보다 실물을 들고 있는 쪽이 유리해지는 반사이익을 노릴수 있기 때문이다.
피데스증권 정동희 리서치팀장은 “올 하반기 이후 머니게임은 주식보다는 부동산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잘라 말했다.
경기반전에 대한 기대가 소비재에서 부동산과 같은 내구재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미 주가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선반영해 오를 만큼 올라 있다는 설명이다.
물가요인도 부동산에는 긍정적이다.한국금융연구원 정한영 박사는 “경기회복이 이루어지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개인들의 포트폴리오 투자에서 아무래도 실물자산(부동산) 수익률이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부동산경기에 대형 호재들이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내년 6월과 12월에는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월드컵 경기가 치러진다.
정부가 선거용으로 각종 개발정책을 내걸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올림픽 때처럼 월드컵특수가 맞물린다면 부동산경기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여기에 내년 주택수급 불안요인이 겹쳐 있다. 국토연구원 박헌주 토지ㆍ주택연구실장은 “외환위기 이후 2~3년간 저조했던 주택공급분이 내년부터본격적으로 수급불안 요인으로 나타나 집값을 자극할 것”으로 우려했다.
명심할 점은 부동산투자에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리얼티소프트 송영민 사장은 “아무 부동산이라도 잡고 있으면 오르는 시대는 지났다”며 “환금성이 보장되는 소형아파트를 통해 임대사업을 벌이거나 리츠(RIETs)와 같은 부동산 간접투자상품 등을 이용하는 등 시세차익보다는 철저하게 수익률 위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