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부터 전국에 내린 비가 갈라진 논 바닥 사이로 흘러 드는 모습을 보며 농민들은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11~13일 ‘찔끔 비’에 애를 태웠기에 기쁨은 더욱 컸다. 농림부에 따르면 이번 비로 시들어 있는4,279㏊의 밭작물은 말끔히 해갈됐으며 모내기를 못한 논 3,167㏊와 모는 심었으나 시들어 있는 논 1,962㏊에도 상당히 도움이 됐다.
그러나 현재 43%인 각 저수지의 저수율은 100㎜의 비가 와도 여전히 60%를 넘지 못해 농민들은 더욱 많은 비가 내려 주기를 기원했다.
○…강원지역에는 80㎜ 이상의 비가 대지를 적셔 밭농사는 물론 논농사까지 완전히 갈증을 씻었다.
가장 가뭄이 심했던 철원평야에서는 18일 새벽부터 농민들이 모내기를 하지 못한 12㏊의 논에서 비를 맞으면서 모를 심었다.
한꺼번에 많은 농가가 모내기를 하는 바람에 일부 농민은 이웃에서 이앙기를 빌리거나 일꾼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농민 김영인(43ㆍ철원군김화읍 생창리)씨는 “아침부터 비가 내려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모를 내고 있다”면서 “수확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논에 모가 심긴 것을 보니 가슴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비가 많이 온 인제의 저지대 농민들은 홍수로 논과 밭이 잠길 것을 우려해 아침부터 농수로를 트고 논 물을 조절하기도 했다.
○…경기와 충청 이남지역의 경우 이번 비로 논 농사 해갈은 미흡하지만 밭농사는 ‘안정권’에 들어갔다.
완전히 말라버렸던 농수로에 물이 흐르기 시작하자 농민들은 미처 파종을 끝내지 못한 밭 작물을 심기 위해 우비를 걸치고 들녘으로나갔다.
또 아직도 말라 있는 논을 적시기 위해 모처럼 모인 물을 가두는가 하면 저지대에 고인 물을 양수기로 퍼올리기도 했다.
농민 이태원(51ㆍ연천군 왕징면 노동리)씨는 “먹을 물조차 없어 농사는 아예 포기하고 있었는데 물을 가두어 밭에 물을 뿌리니 신기한 생각마저 든다”며 “콩이나 옥수수 등이 생기를 찾는 모습을 보니 절로 힘이 솟는다”고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논농사의 완전해갈을 위해서는 누적 강수량이 최소 80㎜는 돼야 해아직 해갈에는 부족한 형편이다.
충남 청주시의 한 농민은 “논바닥의 갈라진 틈은 강수량이 50㎜ 이상 돼야 치유되고, 또 농사를 계속 짓기 위해서는이보다 비가 30㎜ 더 내려야 하기 때문에 더욱 큰 비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단비가 내리자 대전시 등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는 네티즌들의 축하 메시지가 잇따라 올라와 농민들과 함께기쁨을 나누었다.
한 대전시민은 인터넷에 띄운 글에서 ‘가로수 잎이 더욱 짙어 보이는 오늘은 즐겁고 보람 있는 하루가되겠다’고 말했고 다른 시민은 ‘단비가 내리면서 일손이 부족해진 농촌을 도우러 가자’고 호소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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