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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환경 친화적'이란 말의 남용

입력
2001.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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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새천년 평화재단주최포럼에 참석한 앨 고어교수의 강연을 들었다. “나는 대통령이 될뻔했던 앨 고어” 라는 농담으로 연설을 시작했지만, 그의 메시지는 정치가 아니라 환경이었다.지구가 너무 커서 인간이 어떤영향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의 잘못됨을 그는 두 가지 측면에서 지적했다. 하나는 인구증가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술 발전이다.

그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인구증가는 인류가 소비할 자연의총량을 늘려왔고, 기술혁신은 1인당 자연 소비량을 증가시켜 왔다.

경제학자들은 말더스의 인구론이틀렸다고 말한다. 인구증가는 기하급수적인 반면 식량생산은 산술급수적 증산으로 인류는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는 그의 예언은 기술발전으로 빛이 바랬다.

그러나 말더스의 인구론을 환경 분야에 적용하면 상당한 타당성이있음을 알 수 있다. 인구가 증가하고 기술이 발달할수록 환경파괴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근래 ‘환경친화적’ 또는 ‘친환경적’이라는 말을 잘 쓴다. 새만금사업을 재개하면서, 또는판교신도시 개발을 하면서도 정부는 환경친화적으로 하겠다고 말한다.

이때 환경 친화적이라는 말은, 새만금에서는 수질관리기술의 발달을 전제로 한 얘기인것 같고, 판교신도시에서는 저밀도 전원형 주택을 일컫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다못해 건설회사가 아무데나 고층아파트를 지으면서 환경친화적 주거라고선전한다.

‘환경친화적’이란 말은환경에 대한 물리적 변화, 생태적 영향을 최소화할뿐 아니라 이웃은 물론 전체와의 균형을감안한 용어라야 한다.

산을 낀 고층아파트는 입주자들에게는 환경친화적일수 있다. 주변 산이 정원같고 맑은 공기가 잘 소통된다. 그러나 그 아파트의 그늘에 갇혀 지내는 주민들에게는 빛과 조망을 빼앗는 환경파괴적인괴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판교신도시도 그 주민들에게는 매우 환경친화적인곳일 수 있지만 수도권 전체로 볼 때는 균형을 깨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얼마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회장이 저택증축공사를 시당국에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잘 알려진대로 시애틀의 워싱턴호수가에 세워진 그의 집은 1,500억원이 훨씬 넘는 첨단저택이다.

시장이 증축을 거절한 사유는 이런 큰 집을 소유할 권리와 이웃의 권리사이에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빌 게이츠는 지난 겨울 다보스포럼에서 인구문제에 낙관적 전망을 했다. 그는 맬더스가 인간의 정신과 능력을 간과했다고 주장했다.

교육과 의료서비스로 개도국도 부양할 수 있는가족 수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인구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인구론은 환경문제에서 스스로 모순을 드러냈다. 그가 작년에 쓴물은 1만 7,800톤이었다.

인공개울을 만들어 연어를 헤엄치게 했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환경친화적인가. 그러나 공기와 빛을 받을 다른사람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이웃에게는 환경파괴적인 주택인 것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인 첨단 주택이지만 그 하이테크 기술이 자연에 스트레스를 가하고결국 이웃에 부담을 준다는 얘기다.

경제성장과 기술의 발달이 환경문제를해결해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맞지 않다. 왜냐하면 잘 살수록 더 넓은 집, 더 큰 자동차, 더 많은 가전제품에 더 많은전기를 쓰고 있다. 자연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얘기다. 우리 눈앞에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환경문제의 해결은 균형을 깨지않겠다는 태도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야 된다. 기후변화라는 범지구적인 문제도 그렇지만 정부가 계획하는 사소한 개발정책도 마찬가지다.

환경친화적이라는수식어를 쓰기 전에 그 개발계획이 주변과 또는 전체와의 균형을 깨는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자연이 균형을 잃을 때 주는 스트레스를 우리는 지난가뭄에서 실컷 경험하지 않았던가.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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