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장 탄핵제도를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정치 중립적인 국가 감사기관이 ‘2000년 지자체 감사백서’에서 거론한 점에서 여느 주장과 다른 무게가 실렸다.풀뿌리 민주주의의 주인을 대변하는 시민단체와 기존 틀을 지키려는 정치권의 해묵은 논란이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본격적으로 다루는 계기로 삼을 만 하다.
감사원은 지자체장이 위법행위로 사법처리되지 않는 한, 부당하고 자의적인 행정을 문책할 길이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지자체장은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지만 징계 대상은 아니어서, 범죄혐의로고발하는 외에 책임 추궁 방법이 없다.
감사원은 이 때문에 만연하는선심ㆍ전시 행정과 무책임한 행태가 방치돼 자치행정 발전을 저해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민선 지자체장의 권한에상응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징계 및 탄핵 제도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주민 소환, 주민 투표, 주민 소송제 등 주민 참여감시제도를 보강할 것을 제안했다.
이런 제안은 이 문제에 관한 정치권의대응논리보다는 학계와 시민단체의 원론적 주장에 가까운 점이 특히 주목된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주민 자치 원칙에 충실한 주민 소환제 등을 도입하는것이 책임 행정 확립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정치권은 주민 소환제가 악용돼 소신 행정을 막을 우려가 있다며, 제한된 징계제 도입을추진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시험하는 단계에서주민 소환제를 전면 도입하는 것은 이르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직선 단체장들의 부패ㆍ비리 만연을 이유로 임명제 환원을 거론했던 정치권이 내놓은징계 제도안은 지방자치 원칙을 훼손할 위험성이 있다.
집권 민주당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 추천으로 구성된 중앙징계위원회가 유권자 20% 이상이발의한 징계 청구를 심의, 파면 해임 등을 결의하도록 하자는 안을 마련했다. 주민 자치의 핵심 요소를 중앙 정치와 권력이 좌우하게 되는 측면이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감사원이 중앙의 개입이불가피한 징계 제도와 주민 자치원칙에 충실한 주민 소환제와 함께, 주민과 지방의회가 주도하게 마련인 탄핵제도를 제안한 것은 의미 있다.
단체장직선에 담긴 주민 자치의 뜻을 살려 무책임한 행정을 견제하면서도, 무분별한 단체장 흔들기는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데 정치권이 사심 없이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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