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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한·중·일 복기 문화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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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한·중·일 복기 문화의 차이

입력
2001.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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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본란에 프로 기사들의 복기 이야기를 소개했기에 얼마전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던 제6회 LG배 세계 기왕전 본선에 출전한 세계각국 정상급 고수들의 복기 모습을 관심있게 지켜 보았다.조금 전까지 치열하게 치고 받던 대국자들이 언제 그랬더냐는 듯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수를연구하는 모습이 정말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한중일 기사들간에 복기에 임하는 자세가 꽤 차이가 있다는 것.

특히 한국이나중국 기사들에 비해 일본 기사들이 훨씬 더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대회 첫날 열렸던 본선 1회전 16강전. 한국의 신예 강호 목진석 5단과 일본의 거물 기사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이 맞붙었다.

초반에는 고바야시의페이스였으나 중반 이후 목 5단의 승부수를 제대로 응징하지 못해 결국 고바야시가 불계패를 당했다.

대국이 끝난 후 두 대국자는 곧바로 복기에 돌입했다.복기에는 일찌감치 상대를 때려 눕히고 여유있게 남은 대국들을 관전하고 있던 조치훈 9단도 함께 참여했다.

과연 일본 기사들의 복기 태도는 대단히진지하고 성실했다. 복기의 초점은 이 대국의 승부처였던 좌변 전투.

고바야시는 이 부근에서의 전투 결과가 못내 아쉬웠는지 스스로 흑백의 입장을바꿔가며 수십 개의 변화도를 그려 보았는데 어떻게 해도 결론은 백이 살기 어려웠다는 것.

원래 바둑을 지려면 항상 그런 법이지만 실전에서는 수많은 변화도 가운데 최악의 진행을 택한 셈이었다.

어느덧 복기가 시작된 지 1시간이 지나자 조치훈이 지루해졌는지 슬그머니 자리를 떴고 목5단도은근히 일어 서고 싶은 눈치인데 정작 고바야시는 전혀 끝낼 기색이 아니다.

그대로 두면 정말 밤이라도 꼬박 새울 태세.

결국 다른 대국들이 모두끝나고 대회 진행자가 다음 일정을 준비하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고바야시가 마지 못해 자리에서 일어섰고 목진석도 검토실로 돌아 와 동료들과 승리의기쁨을 나눌 수 있었다.

이틀후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8강전. 역시 목5단과 중국의 마샤오춘 9단의 대국이다. 이번에도 바둑 내용은 마9단이 줄곧 우세했으나 후반에 접어들어 목 5단으로부터 비수같은 승부수가 작렬, 적진에서 멋지게 수를 내고 살아 버림으로써 대국이 끝났다.

검토실 모니터에 두 대국자가 돌을 쓸어담는 화면이 비치기에 모두들 복기 과정을 지켜 보기 위해 대국실로 달려 갔지만 아뿔사,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한 마 9단이 벌써 대국실 문을 나서고있었다. 물론 복기는 없었다.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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