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다 뭐다한동안 불편하던 정부와일부 언론, 그리고 재벌개혁을 둘러싸고 이해가 엇갈리던 재계가 모처럼 한뜻으로 뭉쳐 “이 가뭄에웬 파업”이냐고민주노총을 비난하고 나섰다.드디어 대통령까지‘불법파업 엄단’ 운운하며 직접나섰다. 그러나 막상농민단체에서는 “가뭄을 핑계로노동자를 탄압하지 말라”고성명서를 냈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스트레이트기사에서조차 유난히훈계가 많은 우리지면을 보면 아이들끼리 곧잘 주고받는 “너나 잘해” 하는농담이 생각나곤 하는데외환위기 이후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개혁바람에도 불구하고 언론계와 종교계는 예외라고 모두들 자조한다.
며칠전 어떤 신문에는 “판단은 우리가알아서 할테니 제발정보나 골고루 제공해달라”는 독자투고가 실려 눈길을 끌기도했다.
외국인들이때로 당황하는 것이지만 우리의‘민족주의’는 나름대로 유명하다.‘쪽바리’라고 경멸하는 일본에게 식민지지배를 당한역사적 수모 때문에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수구 언론들조차 흔히외국인 주식투자의 비중이 30%를 넘어섰다느니 외국계 부동산투자회사가 한국의 빌딩을 헐값사냥한다느니 걱정을 늘어놓는다.
하기는 이런‘극성스런’ 민족주의 덕분에그나마 다국적기업이 판을치는 남미같은 신세는면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이들 언론은 그러다가도 노동자 파업이야기만 나오면 ‘강성노조 때문에 외국인이 투자를 기피한다’고 맹비난한다.
사실재벌의 족벌적 세습경영, 그천민적 전근대성을 생각하면 근대적 노사관계며 투명경영이며 차라리‘합리적인’ 외국자본으로부터 배울것이 많을 수도있다.
문제는, 자본의 국제이동성이 강화된이 글로벌시대에, 한국자본이든 외국자본이든 그렇게‘합리적’이도록, 예를 들면전에 일본계 수미다전기가 그랬듯 불경기가 닥치자임금조차 떼어먹고 해외로도망가는 그런 짓을하지 않도록 무엇으로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더구나 각종개혁입법은 여전히 난망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은 여전히 전근대적 수준인한국에서 누가 그것을담보하여 국민경제의 중장기적 성장과 생활안정을 담보할것인가 말이다.
이렇듯 일하는국민의 생계와 복지를높이는 것이 결국합리적 투자라고 한다면노동자의 생존권, 행복추구권이야말로 건강한국민경제를 담보하는 바탕이다.
그런데, 크게 잘한 것도없는 이전 정권과현정권을 굳이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현정권 3년반동안의 노동자 구속자수가 이전 정권전기간의 구속자 숫자를이미 넘어섰다.
외환위기 이후격렬해진 노사갈등 탓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대신외환위기는 현정부에게 웬만한것은 눈감아 주는일종의 호기이기도 했다는점을 생각할 때결코 변명으로 넘어갈수 있는 문제가아니다.
노사정위원회의 무기력에서 드러나듯 노동 측을들러리로만 생각하는 현정부의 노동배제적 정책기조가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을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으레 그러는일부 언론을 등에업고 대통령조차 노동계를 적대시 하는작금의 상황은 더욱우려스럽다. 필시 과잉진압과 과잉대응으로 이어져 임기후반의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기때문이다.
민주노총을 합법화시켜 준 것이 현정부라고 생색내지만 우리 사회의 수준은이제, 50년만의 정권교체가 그러했듯, 스스로 그정도는 쟁취할 만큼성숙해 있다.
정부는 오히려자신을 집권시켜 준것이 누구였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돌아볼수록 역시자민련과의 공조 탓이라고 믿는다면 외환위기 이후정리해고와 늘어나는 빚에눈물짓고 있는 서민들과의 적대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런데 이제쯤은 우리 역사도존경받는 전임 대통령을 한 사람쯤 가질 수있어야 되는 것아닐까.
김윤자 한신대 국제경제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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