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영화 / '신라의 달밤' 도대체 어느쪽이 진짜 깡패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영화 / '신라의 달밤' 도대체 어느쪽이 진짜 깡패야?

입력
2001.06.19 00:00
0 0

10년 전 ‘신라의 달밤’(감독 김상진) 에그들은 패싸움을 시작했다. 수학여행 온 서울의 한 고등학교와 경주의 학생들이 거리에서 각목과 야구 방망이를 들고 조직폭력배처럼 맞붙었다.그 이야기는전설이 됐지만, 그 때의 인물들은 그 전설을 뒤집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결국은 그들 역시 한데 어울려 난장판 같은 패싸움을 벌이는 것으로‘신라의 달밤’ 을 끝냈다.

’신라의 달밤’ 은 여전히 한국 영화의 소재나 인물의 빈곤을 나타내는, 그러면서 가장 상업적인 성공이 보장되는 ‘또깡패 영화’이다.

깡패에게서 의리와 액션과 순수를 찾아 그것을 마음껏 활용하고 변주하는 그런 영화들.그러나 ‘신라의 달밤’ 은 ‘친구’ 처럼 그 깡패를 통해 영화보다 훨씬 폭력적인 현실이라든가, 순수의 시대에 대한 상실감을 비감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농담처럼낄낄댄다. 그래서 ‘신라의 달밤’은 과거로 현실을 투영하는 그 흔한 ‘복고’ 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오직 관객을 웃기는 것으로 영화의 상업성을 획득하려는 일종의 깡패영화 패러디다.

수학여행의 추억으로, 현인의 노래로 남아 있는 1,000년의 역사 공간인 경주조차다분히 그것을 위한 세트로 선택된 것처럼 보인다.

그 속에서 영화는 인물부터 뒤집었다. 10년 전 패싸움의 영웅인 최기동(차승원)은 체육교사가됐고, 그 때 구경만하고 있던, 공부만 잘 하던 박영준(이성재)는깡패가 돼서 만났다.

그리고 그들은 라면가게를 하는 명랑만화의 주인공 같은 표정과 행동을 하는 여자 민주란(김혜수)을 놓고 대결한다.

깡패 같은 교사와 성적이 상위 2% 안에 드는 지적인 깡패에게 웃음의 요소는가득하다. 교사는 깡패의 과거를 들먹여 그를 조롱하고, 깡패는역전된 현실로 교사의 현실을 비웃는다.

“나, 최규동이야”를반복하는 교사와 아무렇지도 않게 “나도 알아” 라고 말하는 깡패에게서느끼는 인생의 아이러니. 거기에 깡패가 되고픈 여자의 남동생과 그로부터 무시당하는 또 다른 모범생의 존재.

‘신라의 달밤’은 그러나 이런기발한 아이디어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나 ‘친구’ 가 되길 거부했다.

경주 사투리라기 보다는 부산 사투리에 가까운 말로 “친구 아이가”라는말조차 농담처럼 들리고, 우정조차 장난처럼 만들어버리는 영화가 쏟아내는 웃음의 위력은 대단하다.

그 속에서 폭력의위악성이나, 세태의 반영을 찾기란 애초 불가능하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3류 코미디를 보듯 즐겁게 보고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잊어버리면 그만인그런 영화. 때문에 감독의 전작인 ‘주유소 습격사건’ 과는 거리가 멀다.

‘신라의 달밤’은 경주가 고향인강우석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겠다고 선언했던 작품.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그의 애제자인 김상진에게 맡겼고, 김상진감독은 깊고 아련한 추억이나 향수보다는 참을수 없는 가벼운 웃음으로 스승의 ‘고향 송가’를불렀다. 23일 개봉.

이대현기자

leedh@ hk.co.kr

■차승원 &이성재 이미지 반란

차승원과 이성재. ‘신라의 달밤’은배우의 이미지에서부터 반란을 시도했다. 이성재야 ‘주유소 습격사건’으로비슷한 반란을 시도해 성공했지만, 차승원은 처음이었다.

원래 교사가 된 깡패는 박중훈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것이차승원으로 바뀌면서 차승원식 코미디가 드러났다. 그의 코미디는 과장과 리얼리즘의 조화이다.

이성재가 자신의 사랑만들기에 끼어들자 턱없이 분노하는것은 다분히 만화식 과장이고, 불평을 늘어놓는 능청스러움은 소시민적 심리의 표현이다.

이성재는 ‘억제의 과장’으로그에 맞선다. 그는 차승원이 과장으로 치달을수록 그것을 황당하게 만드는 냉정한 연기로 웃음을 크게 하고 영화의 밸런스를유지한다.

그러나 그것이 영화의 종반으로 가면서 ‘우정’이란 주제를 의식하면서 조금씩 허점을 드러낸다.

황당한코미디는 어떤 주제를, 그것도 관객의 감동을 의식해서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제대로 한번 성공해보지못했던 차승원으로는 기분 좋은 연기였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