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아이언을 잡은 레티에프 구센의 세컨드샷이 18번홀(파4ㆍ466야드) 그린 위에 떨어졌다. 핀까지 거리는 4.5㎙. 두 번만에 볼을컵 속에 떨굴 경우 생애 첫 메이저대회 타이틀은 구센 몫이었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도 구센의 우승을 의심치 않았다. 첫번째 퍼팅이 핀 오른쪽으로휘더니 60㎝를 지나쳤다.그러나 주말골퍼에게도 어렵지 않은 짧은 파퍼팅마저 실패하자 갤러리들은 술렁거렸다. 구센은 “두번째 퍼팅을 할 때 내게무슨 일이 생겼는 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골프 아닌가”라고 자위하면서도 강한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구센과 함께 챔피언조로 나선 스튜어트싱크도 마의 18번홀에서 3온-3퍼팅으로 더블보기에 그쳐 1타차로 3위에 만족해야 했다. 먼저 경기를 끝내고 클럽하우스에서 대기 중이던 마크 브룩스는공동선두가 된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구센과 싱크에게 미안함마저 느낄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폴 에이징어는 “내가 본 경기 가운데가장 슬픈 장면이다”라고 탄식했고, 로코 미디에이트도 “보는 것만으로도 멀미를 할 것만 같았다”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구센을 2년전 브리티시오픈에서 역전패를 했던 프랑스의 장 방 드 벨드에 빗댔다. 장 방 드 벨드는당시 3라운드까지 10타차, 마지막 홀을 남겨놓고 3타차 리드를 잡고 있다가 트리플보기로 무너지면서 연장전에서 우승을 놓친 비운의 스타. “연장승부에자신있다”고 말하는 구센에게 어떤 앞날이 기다리고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어니 엘스 이후 7년만에남아공 출신 우승을 노리는 구센은 데뷔 초기 유망주로 주목받다가 갑작스런 왼팔부상으로 성장이 멈췄다.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면서 재기에 성공한 그는유러피언투어에서만 4승을 거뒀다. 반면 프로 18년차 브룩스는 96년 PGA챔피언십에서 서든데스로 진행된 연장전서 우승한 것을 비롯, 투어통산7승을 거둔 베테랑이다. 한국에도 몇차례 방문, 국내팬들에도 낯이 익다.
한편 전문가들은 우승권에서 멀어졌다가 구센의 실수로 선물을 받은 브룩스가 우승할확률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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