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위기의 서울대 / (1)잿빛 자화상 내일이 없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위기의 서울대 / (1)잿빛 자화상 내일이 없다

입력
2001.06.18 00:00
0 0

서울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우수학생과 교수들이 너도나도 짐을 싸들고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 신입생들의 학력 수준은 형편없이 떨어지고 대학원 지원율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학문연구에 몰두해야 할 교수사회는 사분오열로 찢어진 채 갈등만 커지고 있다.사회적 명성과 교육권력, 교육재정, 우수학생 등을 독식하면서도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러 있는 서울대가 겪고 있는 현재의 위기와 대안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주고교 2학년 때 국제물리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수상,지난해 서울대 자연대에 입학했던 손모(20)군은 이번 학기에 등록을 포기했다. 지난해 8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미련없이 서울대를 떠난 것.

"더 나은 환경에서 마음껏 공부하고 싶다"는 게 손군이 남긴 고별사다.

1999년 '젊은 과학자 상'을 수상한 수리과학부 강석진 교수는 이 달 고등과학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강교수는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헝그리정신'만을 강요하는 서울대 교수 자리에 더이상 미련이 없다"고 토로했다.

우수 학생이나 교수들이 서울대를 줄지어 떠나고 있다. 형편없는 교육환경과 열악한 시설,실력을 오히려 갉아먹는 분위기가 이들을 외국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군입대 휴학생을 포함할 경우 지난해 서울대를 떠난 학생은 무려7,000여명.교수들도 마찬가지여서 사립대의 60% 내외에 불과한 봉급과 열악한 연구환경 등을 이유로 1998년 이후 18명이 '명예를 먹고 산다'는 서울대 교수직을 팽개쳤다.

그렇게 들어가기 힘들다는 서울대지만 우수 고교생의 서울대 진학 기피 현상도 두드러진다. 2월 경기과학고를 졸업한 이모(19)군은 서울대 전기공부에 합격했지만 '일본 공과대학 유학생 선발시험'에 합격한 뒤 도쿄대에서 장학금을 받고 유학을 결심했다.

국내 최고임을 자부하며 '세계수준의 종합연구대학'을 지향한다는 서울대의 '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은 갈수록 저하되는 학력 수준이다.올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치른 수학과목 기초학력평가 결과,수능시험 수학 만점자 가운데 34명이 30점도 얻지 못해 낙제했다.

신입생의 26%가 영어능력 평가 시험인 텝스에서 500점을 얻지 못해 정규 영어강의를 수강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인문대 졸업예정자 가운데 11명은 제2외국에서 일정 점수를 얻지 못해 졸업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학교측에서 공개를 극도로 꺼리지만 세계적인 컨설팅 기관 매킨지가 서울대의 의뢰를 받아 분석,보고한 '서울대 실태보고서'에는 매년 생산되는 서울대 교수들의 논문 가운데 10%정도만이 국제평균수준에 이른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대 장회익 교수는 "서울대는 현재 안팎으로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있다"며"근본적인 변화가 없이는 서울대의 미래도 없다"고 단언했다.

양정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