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진 첫 대좌는 개인적인 신뢰를 쌓고 전략적 동반관계를 천명하는 등 새로운 양국 관계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있다고 볼 수 있다.부시 정부는 미사일방어(MD)체제 등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대내외에 보여준반면 러시아도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카운터파트로서 그 위상을 확인시키고 대결을 바라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효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MD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확대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노출, 향후 관계가 순탄치 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신뢰기반 쌓기 성공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회담 후 두 정상은 서로를 ‘동반자’ ‘잠재적 동맹국’이라고 부르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푸틴은 부시를 “정직하고 솔직한 애국자”라고 추켜세웠고, 부시는 푸틴을 “미국인이 신뢰할 수 있는 러시아 지도자”라고 칭찬했다.
외교관 추방으로 긴장감이 돌았던 몇 개월 전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장면이었다. 부시는 또 푸틴에게 9월 텍사스 목장을 방문해달라고 초청했고 푸틴도 자신의 고향에와달라고 화답했다. 더욱이 부시 대통령이 회담직후 사안별로 관련부서에 러시아와 협의에 나서라고 지시함으로써 대화의 의지와 함께 채널을 마련한 것도커다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폴 오닐 재무장관과 돈 에반스 상무부 장관 등이 경제사절단을 구성, 조만간 모스크바에서 양국 공동원유수송관 설치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주요 현안은 여전히 평행선
MD 지지 여부와 나토 회원국 확대 등 민감한 부분에 있어서 러시아는다시 한번 기존 입장을 확인하거나 언급을 피했다. 푸틴은 특히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은 국제안보를 위한 초석”이라며 MD에 대한 반대입장을확인했다.
그는 또 나토 회원국 확장문제에 대해서도 “원치 않는 군사 기구인 나토가 왜 우리 국경까지 접근하고 있는 지가 우리 의문의 근거”라며우려를 표시했다. 다만 푸틴이 “러시아가 미국의 우려와 위협을 함께 생각해야 하며 그 성격과 위치를 규명한 뒤 대응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미국과 논의할 자세가 돼있음을 보여준 것이 긍정적인 조짐이다.
■전망
양국은 내달 이탈리아 제노아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회담을 비롯,9월로 예정된 푸틴의 방미, 10월 상하이(上海) 아ㆍ태 경제협력체(APEC)회의 등에서 만나 정책을 조율할 것으로 보이지만 성공여부는 미지수이다.
뉴욕 타임스는 양국의 제스처를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외교 수식에 불과하며 세부 사안에 대해서 합의를 이루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한 반면러시아 국영 TV는 부시 대통령이 러시아의 체면을 세워줌으로써 ABM 협정에 대한 푸틴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미국 문제 전문가인 알렉세이 아르바토프는 “아직까지 양국 사이에는 수많은 문제와 상호 의혹이 남아있다”며 “앞으로 양국 정상이 주요 이슈들을 상호협력해 풀어가느냐, 아니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관계 개선 여부가 달려있다”고 말해 미국의 독주 가능성을 경계하기도 했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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