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없는 거리를 전일제(全日制)로 운영하면 어떨까”서울시가 도심 곳곳에 조성한 '차없는 거리'가 주말과 휴일에만 운영되면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이를 전일제로 바꾸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민들에게 자유로운 보행권을 주기 위해 거리 전체를 ‘보행자들의 천국’처럼 꾸며 놓았지만 막상 주중(週中)에는 일반 차도로 운영되고 있어 당초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의 차없는 거리는 중구 명동과 종로구 인사동 및 대명거리 등 9곳. 주말 오후와 휴일에만 차량 통행이 금지될 뿐 평일에는 차량들이 보행인파를 헤치고 마구 질주하고 있다.
■행인과 차량들이 뒤엉킨 거리
지난해 10월 새롭게 단장된모습으로 공개된 인사동거리. 30억원의 예산을 들여 각종 시설을 설치했지만 불과 8개월만에 ‘천덕꾸러기’ 신세로 변하고 있다.
행인들은 차도 보행이 금지된 평일에도 휴일처럼 거리를 활보해 늘 ‘달리는 차량’들과 ‘걷는 시민’들로 뒤엉켜 있다.
또 휴일에는 차량통금 규정을 모르고 거리를 진입하려다 초입 부분에서 차량을 되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로 인해 거리 전체가 경적과 소음으로 시달리고 있으며 바닥에 깔아놓은 점토 벽돌들은 오가는 차량들에 의해 이미 곳곳에 금이 가는 등 훼손돼 있다.
중구명동 등 다른 ‘차없는 거리’들도 행인과 차량 운전자들 모두에게 불편만 주는 상황은 비슷하다. 걷고 싶은 거리가아니라 걷기 힘든 거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제2의 대학로격인 대명거리, 2일 완공
서울종로구가 지난 2일 대학로 혜화동사무소 앞에서 창경궁로로 이어지는 150여㎙의 대명거리를 10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말끔하게 재단장한 뒤 ‘차없는 거리’로 선포했다.
거리 양쪽 초입에는바닥에 ‘대명거리 청소년놀이마당’이라는 안내표지를 초록색 동판으로 설치하고 차도에는 검회색 점토벽돌을, 인도에는 붉은색 벽돌을 깔아 놓았다. 또인도와 차도의 경계 턱을 없애 장애인들도 휠체어를 타고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이 곳은 개장하자 마자 온갖 혼잡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 차도 경계가 없어 차량들이 인도까지 점유하는 불법 주차를 하고, 보행권을 잃은시민들은 거꾸로 차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가는 차량들과 뒤섞인 아슬아슬한 ‘차없는거리’로 변한 것이다.
■“거리를 보행자들에게 돌려주자”
상황이이렇게 되자 많은 시민들은 ‘차없는 거리’를 상시체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의 도시처럼 대규모노천 카페 및 레스토랑 등을 설치하고, 일반 상점들도 좌판을 거리까지 길게 늘여놓아 행인들의 호기심을 끌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학로 인근에사는 이모(33)씨는 “월드컵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앞두고 외국인에게 안내해 줄만한 거리가 한두 곳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전일제 ‘차없는 거리’ 구상에 찬성했다.
하지만서울시의 입장은 다르다. 우선 이들 지역의 차량통행량을 무시할 수 없는 데다 차량이 없으면 도로가 지저분해지고 거리 전체가 우범화할 가능성이 높다는것이다.
또주차가 어려워지면 오히려 이용객이 줄어들 수도 있어 차량통금을 반대하는 상인들도 상당수라는 게 서울시측의 설명이다.
결국 서울시의 눈치행정으로 인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조성한 ‘명물거리’가 ‘흉물거리’로 버려지고 있다.
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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