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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베스트셀러 만들기

입력
2001.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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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20위 권 책들중 70~80%는 사재기와 관련이 있다.” 요즈음 출판계 및 서점가의 정설이다.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즐거운 소식이라고는별로 없어 그나마 책에서라도 낙(樂)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이제 그 소박한 희망마저 빼앗기고 있다.

많이 팔렸다고 반드시 좋은 책은 아니지만, 많은독자들이 찾고 있다니 뭔가 있을 것 같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는데 결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재기란 출판사들이 자사 발행 책을 사들여 판매부수를조작해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전부터 출판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최근 들어 그 정도가 매우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소설류를 내놓으면서 사재기를 하지 않으면 마케팅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겨질 정도다.

광고비의 몇 %만 들여 사재기하면당장 베스트 셀러에 진입해 몇 배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서점도 이 같은 사실을 알지만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박’을 터트렸다는 몇몇 책들은 그런 혐의가 너무짙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돈과 시간을 들여 결국 남 좋은 일만 시킨 꼴이 됐다.

책을 고른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다고지적당하면 할 말은 없지만, 뭔가 크게 속은 것 같은 느낌이다. 책도 상품이고, 출판도 사업이다.

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많이 팔아 많이벌면 그것이 성공이다. 서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책과 출판, 서점에는 그들만이 갖는 독특한 무엇이 있다. ‘문화’라는 것이다. 독자들이 그 동안 사재기에대해 알면서도 관대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갈수록 사재기가 당연시 되고 그 수법이 지능화하고있다는 점이다. 책 도둑이 엄연히 범죄이듯, 사재기는 분명히 독자를 속이고 출판계를 왜곡시키는 행위다.

그 결과는‘악서에 의한 양서의 구축’이 가져오는 지식 세계의 천박화와 지적 수준의 하향 평준화다.

사재기는 한탕주의의 출판계 및 서점과 줏대 없는 독자들의 합작 품이다. 출판은 그 사회의 세태와 수준을 반영한다는 말이맞는 것 같아 씁쓸하다.

/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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