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요지아인슈타인의 가장 큰 업적이라면 대부분 E=mc2이라는 공식을 떠올린다. 특수상대성이론이다.그러나 이보다 더 큰 업적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10년만인 1915년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이다. 블랙홀의 존재와 우주론의 모든 것이 여기담겨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해 주위를 지나는 별빛은 휘게 된다. 복잡한 공식에 따르면질량이 2x10의 28승 톤(t)인 해 주변에서 빛은 1,800분의 1도가 휜다.
1919년 당대 최고의 천문학자인 에딩턴이 아프리카에서 이 믿을수 없는 이론을 증명했다. 일식 때 달이 해를 가려 낮에도 별빛을 볼 수 있는데 별빛이 휘어서 실제 위치보다 바깥쪽에 있는 것이 관측된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옳았다. 빛은 휜다. 그럼 무슨 문제가 생길까? 해는 지름이70만㎞인데 해를 눌러짜서 점점 작게 만들면 중력은점점 강해지고 빛은 더 많이 휜다.
독일 과학자 슈바르츠실트의 계산에 의하면 해 지름을 3㎞까지 줄이면 빛은 아예 빨려 들어간다.바로 블랙홀이다.
지구와 질량이 같은 천체가 블랙홀이 되려면 반지름 1㎝로 압축돼야 한다. 해보다 질량이 1억배 큰 블랙홀은 반지름 3억㎞, 지구공전궤도의 2배 크기다.
원자만한 블랙홀 질량조차 100조 톤에 달한다. 이 블랙홀이 지구에 부딪히면 소행성이 부딪힌것과 같이 지구를 크게 파괴하며 뚫고 지나갈 것이다.
블랙홀 주위에서 빛이 휜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이 의미심장하다는 뜻이다. 누군가 블랙홀에 떨어진다해도 밖에서 보면 아무리 기다려도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존재가 정말 있단 말인가? 천문학자들은 나중에 반지름이 10㎞에 불과하고 해만한 질량을 가진 중성자성이 있음을 관측했다.
그리고 블랙홀도 찾아보자고 한 것이 1960년대의 일이다. 우주 공간에 따로 있는 블랙홀은 찾을방법이 없지만 별의 절반 이상은 쌍둥이별이다.
적색거성과 블랙홀이 쌍을 이루고 서로 돌 경우 적색거성의 물질이 블랙홀에빨려들어가면서 에너지가 강한 X선이 나온다.
그러나 X선은 지구 대기에서 모두 걸러져 볼 수가 없다. 결국 망원경을 인공위성에 싣고 우주로 보내야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70년대 우주망원경을 띄워 X선을 내는 천체 339개를 찾아냈다. 이 중 상당수가 블랙홀로 추정된다.
1916년 슈바르츠실트가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에 대해 계산을 했고 1963년커가 회전하는 블랙홀을 제시했다.
1969년 펜로즈는 블랙홀 주위에서 에너지 추출가능성을 발견했다. 1974년 호킹은 블랙홀 내부에서도 에너지가나온다는 것을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블랙홀에 관한 가장 최근의 연구는 “블랙홀은 그다지검지 않다”는 호킹의 말로 요약된다. 이러한 에너지분출을 제트라고 한다.
M87이라는 은하 중심부에선은하의 크기보다 훨씬 더 멀리, 40만~50만 광년까지 고에너지 물질이 분출되는 것이 발견됐다.
20세기 최고의 지식 중 하나인 퀘이사(준항성체)의 수수께끼를 풀어낸 것도 블랙홀이론이다. 퀘이사는 수십억 광년 떨어져 있는데도 마치 별처럼 밝게 보이는 은하. 태양계만한 공간에서 별 천억 개 밝기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나오는것은 1970년대까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상대성원리와 양자역학도 종말을 고하는 듯했다. 그것이 호킹의 블랙홀 이론에 의해 풀린 것이다.
블랙홀을 이용하면 질량에 광속의 제곱을 곱한 만큼의 무시무시한 에너지(E=mc2)를뽑아 쓸 수 있을지 모른다.
빛보다 빠른 입자도 여기서 발견될지도 모른다. 21세기, 22세기 물리학이 여기서 시작할지 모른다. 과학은 전진속도는더딜지언정 퇴보할 리는 없다.
어느 순간 갑작스레 지식의 한계가 뚫리기도 한다. 그 순간을 주도하고, 다음 세기를 지배하려는 것이 많은 돈을 들여우주를 연구하는 선진국의 논리다. 우주를 경영하는 마인드를 가져라. 그것이 선진국민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강연 이모저모
‘벌레구멍(worm hole)’을통해 우주 저편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는 없을까? 한국일보사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동원증권, ㈜팬택, 과학기술부가후원하는 월례 ‘사이언스어드벤처 21’ 8회째 강연이 16일 오후 전남대 국제회의관에서 200여 청중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강연은 인간의 의식과 오감이 닿지 않는 우주공간에 대한 꿈을 안겨주었다. 강사로나선 한국천문연구원 박석재 박사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존재하는-블랙홀’이라는주제로 어린이와 일반인의 눈을 은하의 별만큼이나 반짝이게 했다.
사그러든 별의 무덤으로 일컬어지며 빛이 휘고, 주위의 물체를 빨아먹고, 시간마저굴절시키는 블랙홀이 사실은 엄청난 에너지원으로서 제트라는 기류를 분출한다는 설명에 이르자 모두들 블랙홀의 또 다른 면을 알게 된 것에 놀란 반응을보였다.
또 블랙홀 주위를 도는 열차에 쓰레기를 실어 나르면 블랙홀은 오염 없는 영원한 쓰레기통이 될 수 있다는 말에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기도하고, 영화 ‘콘택트’의 조디 포스터처럼 블랙홀이 서로 연결돼 만들어진 웜홀을 통해 아득한 우주 저쪽의 생명체와 만나는 상상으로 들뜬 표정을 짓기도했다.
강사의 말에 따라 지구를 압축시켜 반지름 1㎝cm의 블랙홀로 만들어보는 상상을 하던전남 과학고 1학년 김종래 군은 그 블랙홀이 하나 갖고 싶었던지 강사에게 “지구에서 인공적으로블랙홀을 만들어 가져볼 수는 없는가”라고 물었다.
원자 크기의 블랙홀도 무게는 산 하나에맞먹으며 인간도 블랙홀 곁에서는 신체에 제각각 가해지는 중력의 차이를 이기지 못하고 죽게 된다는 ‘현실적인’ 말을 듣고는 못내 아쉬워 했다.
또 광주 과학고 김일근 군은 “화이트홀에 대한 개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강사는 이에 대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반대로 모든 것을 토해내는 것이 화이트홀이지만 블랙홀처럼실제 존재가 증명되지는 않았고 상상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강연의 말미는 천문관측소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 대한우려로 이어졌다.
강사는 “초승달과 그믐달을 구별하지 못하고, 어린이에게 별이몇 개냐고 물으면 20개라고 답하는 게 현실”이라며 “시민천문대가 늘어나고 우주사업에 투자하는 국가만이 다음 세계를 경영할 수 있다”고강조했다.
박 박사는 “모든 사람이 천문학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학생은 책상머리에 멋진 은하 사진을 걸어놓고, 바텐더는 ‘화성에서의 하룻밤’이라는 칵테일을 만들고, 만화가는 ‘은하철도999’ 같은 주제를 생각해 수 있는 우주적 마인드를 가졌으면 좋겠다”며강의를 끝마쳤다.
강의 후 박 박사 주위에는 대학이나 고등학교 천문동아리 회원들이 모여들어 많이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전국고등학교천문회 광주지부 회원인 김정의(16ㆍ광주 대광여고) 양이 “시민을 위한 공개관측회를 열고 싶지만 광주시의 지원이 여의치 않다”고 조언을 구하자 “관료와 시민들의 마음에 별이 없기 때문”이라며함께 걱정하기도 했다.
김양은 “박사님도 천문대 건립을 추진하면서 정부 감사까지 받을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말을 듣고 나도 어렵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박석재 박사는
박석재(朴碩在ㆍ44ㆍ한국천문연구원책임연구원) 박사는 변변한 관련 서적 하나 없이 척박하기만 하던 천문학 분야의 대중화를 이끈 대표적 천문학자.
“책상 앞에 별 사진을 붙여 놓아라”고말하는 그는 올 5월 개장한 대전시민천문대 건립을 제안했다.
‘재미있는 천문학 여행’ ‘우주를 즐기는 지름길’ ‘블랙홀이 불쑥불쑥’ 등의 교양과학도서와공상과학소설 ‘코리안 페스트’등을 지었다.
한국인 최초로 소행성을 발견 ‘통일’로명명한 이태형(37ㆍ천문우주기획 대표)씨도 그가 창립한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에서 별과 가까워졌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천문학자가 되기로결심한 후, 줄곧 한 길을 걸어왔다.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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