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넘게 해외를 유랑하다 돌아와 정치에 복귀한 불가리아의 전 국왕 시메온2세(64) 가 17일 실시되는 총선에서 승리를 거둘 것으로 보여 동유럽의 다른 몰락 왕족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구 공산정권에 의해 축출됐던 시메온 2세는 4월 영구귀국한 뒤 정당 연합인 ‘시메온2세 국민운동(MNSⅡ)’을 조직, 경제와 정치 개혁을 내세워 득표활동을 벌여왔다.
공산정권 붕괴 후 12년 동안의 혼란에 신물이 난 불가리아 국민들은 “800일만에 나라를바꿔 놓겠다”는 그의 공약에 매료되고 있다. 지난 달 갤럽 조사에서는 유권자의 36.1%가 MNSⅡ를 지지, 집권 중도우파민주세력연합(UDF)의 16.2%, 옛 공산당인 사회당(PSB) 14.6%를 크게 앞섰다.
시메온 2세는 이번선거에선 왕정복고 얘기를 전혀 꺼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1997년 일시 귀국했을 때 4년 임기의 입헌군주제를제안한 적이 있어 내심 옛 영화를 꿈꾸는 인물.
때문에 호시탐탐 재기를 노리는 루마니아의 미하엘 전 국왕, 유고 왕위 계승자를 자처하는 알렉산드르카라게오르게비치, 알바니아 왕족 레카 1세 등도 덩달아 고무되고 있다.
5년간 국내거주요건을 갖추지 않아 직접 출마자격이 없는 그는 정당연합의 배후에머물고 있다. 하지만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올해 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과 먼 친척이며 스페인,벨기에 왕가와도 혈통이 닿는 시메온 2세는 1946년 즉위 3년 만인 9세 때 이집트를 거쳐 스페인으로 망명해 비행기 조종사와 사업가로 성공했지만고국에 남아 있던 친족들은 대부분 처형됐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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