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처벌효과를 높이기 위해 단기실형을 적극 도입하고 있으나, 이 때문에 피고인이 부당하게 인신구속되고 심지어 정당한 항소기회까지 막히는 결과가 초래돼 논란이 일고 있다.서울지법 형사단독 재판부는 최근 일반적으로 집행유예가 선고되던 음주운전 등 가벼운 혐의의 피고인들에게 “징벌의 효과를 높인다”며 징역 1~3개월의 단기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짧은 1심 선고형량 때문에 피고인이 항소할 경우 1심 선고형량을 다 채우고도 구속돼 있는 사례가 생겨난다.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3월을 선고받은 강모(33ㆍ건축업) 피고인은 구속된 지 3개월 2일이 지난 7일 항소심에서 항소기각 선고를 받았다.
또 같은혐의로 1심에서 징역 2월을 선고받은 윤모(39ㆍ회사원) 피고인도 항소 끝에 지난달 30일 벌금 500만원을 확정받았으나 이미 구속된 지 2개월 27일이 지난 뒤였다.
음주측정 거부로 3월 18일 구속돼 징역 3월을 선고받은 김모(29ㆍ회사원) 피고인은 1심 선고형량을 다 채운 지금까지도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
이런 부당한 인신구속을 막기 위해 ‘구속취소’ 제도가 있으나 각 항소심 재판부는 “도주의 우려가 있다”거나, “집행유예 기간 중의 재범”이라는 이유로 구속취소를하지 않았다.
이렇게 피고인의 항소 실익(實益)을 없애는 단기실형은 또 피고인의 항소마저 막아 버린다.
음주운전 등의혐의로 기소된 정모(30ㆍ인테리어)ㆍ김모(30ㆍ상업) 피고인은 지난 4월 1심에서 각각 징역 2월을 선고받았으나 이미 구속된지 34일, 32일이 지난 상태여서 항소를 포기했다.
보통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 대부분이 항소하는 것과 달리 단기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의 약 50%만 항소하고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판사는 “짧은 기간만 더 고생하고 말겠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이 항소를 포기하는 것 같다”며 “법지식이 없는 피고인들이 항소를 포기하지만 당사자에겐 엄청난 불이익이 발생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단기실형의 처벌효과 자체에 대해서도 아직 논란이 남은 상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너무 짧은 단기 실형보다 종래처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것이 심적으로 압박을 줘 교화목적 달성이나 징벌 효과가 더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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