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고 팔짝 뛰겠더라구요.” 5월 말 작가 조정래씨가 소설 태백산맥 이적성 수사때 당한 고통을 토로한 말이다. 얼마나 참기 어려웠으면 특강이라는 공식석상에서 그런 말을 할까 싶었다.태백산맥 1부 출간을 계기로 1991년검찰이 이적성 수사에 착수하자, 이에 고무된 보수세력과 특정인 그룹의 조직적이고 집요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일반인이 읽으면 몰라도 대학생과 노동자가읽으면 이적표현물로 처벌하겠다는 이상한 수사결론이 내려진 뒤였다.
■반공단체를 필두로 한 보수세력이 연일 그를 빨갱이로 몰아붙이고, 그들이 영향력과 관계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의 시위와 항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군대 간 아들이 얻어맞고 병원에 입원했다.
우군으로 믿었던 문인과 언론인 마저 시류에 편승한 마녀사냥꾼으로 돌변해 버렸다.
95년 기소유예 결정에 보수세력이 크게 반발하자, 수사종결 선언을번복한 검찰이 97년 이적성 혐의를 인정해 불구속 기소로 사건을 매듭지을 때까지 당한 고통이 어떠했을까.
■음란성이 있다는 이유로 1심에서유죄판결을 받았던 만화 ‘천국의 신화’ 작가 이현세씨가 항소심에서무죄판결을 받았다.
문제가 됐던 수간 장면은 문명화 이전인 까마득한 옛날 일이라는 소재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하고, 역사와 신화에 관심을 가진15세 이상의 독자가 대충대충 넘기면서 보는 만화적 표현이므로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만화를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고단지 만화로 보는 독자의 분별력을 존중한 지당한 판결이다.
■그렇다고 상처 받은 작가의 마음이 치유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 3년간의 절필이 애석하다. 이현세씨는 97년 7월 음란물 단속을 명분으로 한 검찰 수사로 이 작품이 문제가 되자붓을 꺾었다.
그래서 100권 시리즈로 계획했던 천국의 신화는 8권에서 끝났다. 소설 태백산맥이 1,000만권 넘게 팔려도 독자가 작가를 빨갱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천국의 신화가 음란하기는 커녕 예술성이 높다고 느끼면 명작이다.
국가권력이 천재작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의 날개를 꺾는 나라에산다는 것이 새삼 부끄럽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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