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 보유무형문화재 황혜성(黃慧性)씨는나이 여든 하나지만 아직도 기품이 가득하다. 좋은 음식을 많이 먹은 것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찬물에 밥 말아 함께 먹는 오이지가 요즘은 맛있어. 열두 첩 수라상도 중요하지만 매일 같이 먹는 반상에서도 격식과맛을 함께 느끼면 돼. 퓨전 음식도 요즘 세태에는 맞는 것 같아.”
전통과 현대의 조화에 대한이해의 폭이 넓다. 그래도 양보하지 못하는 것이 많다. “시대가 바뀌어도 한국 전통음식의 품격은 지켜야지. 옛날 간장 맛을 그대로 낼 수는 없어도 기본 뜻은 잃어버리면 안돼.”
황씨는 1920년 충남 천안시지주 집안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까지 마친 인텔리 여성. 하지만 조선조 마지막 주방상궁인 황희순씨를 만나면서 운명이 변했다.
황 상궁의 손에 이끌려 순종비 윤씨의 수라상을 챙기는 것을 지켜 보면서 전통 궁중음식의 법도를 20년간 익혔다.
그는 개설한 지 30년 된궁중음식연구원과 숙명여대 등의 교수 생활을 통해 5,000명 이상의 요리 제자를 배출했다. 현재는 맏딸 한복려(韓福麗ㆍ여ㆍ54)씨가 연구원 원장을 맡아 전통 궁중음식현대화에 힘쓰고 있다.
황씨는 “무조건 맵고 짜다고 해서 한국 음식이 아니다”라며 “신선로, 너비아니 등의 궁중음식 역시 변화하는 식문화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늙은이들의 음식 즐기는 모임‘기로서(嗜老署)’에서 친구를 만나는 재미로 산다. 60세 이상의 미식가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전통 한국 음식의길에 대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다.
황씨는 “전통음식과 관련한 박물관을 세우는 것이 남은 생애의 소원”이라고 밝혔다.
황씨는 전통음식 장인 60년을 기념하는 회고록 ‘열두 첩 수라상으로 차린 세월’ 출판기념회를 겸한 ‘2001 황혜성의 미(味)와 미(美)’ 기념회를 17일 오전 11시 남산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갖는다.
글=정상원기자
ornot@hk.co.kr
사진=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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