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1주년인 15일 정상회담 수행원, 이산가족 방문단,대북경협 기업인 등 각계 대표 17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 대화를 가졌다.대화는 소설가 김주영(金周榮) 씨의 사회로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의 보고, 각계 대표들의 질문과 김 대통령의 답변 순으로 진행됐다.
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상회담 1주년을 맞는 소회를 밝히고 정체돼 있는 남북관계의 현실과 속사정을 설명했다.
■김 대통령
감개무량하다. 작년에 평양 갈 때는 암담했다. 공동선언의 한 줄도 미리 합의되지 않았다. 김정일 위원장과 9시간 동안 줄다리기 대화를 했다. 결렬 고비도 있었다.
지금 남북관계가 정체돼 있지만 햇볕정책 외에는 대안이없다. 소신을 가지고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가겠다.
■강성모 린나이코리아 회장
정상회담의 정례화가 꼭 이루어져야 한다.
■김 대통령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당과 군, 정부를 완전히 장악한 체제다. 따라서 남북관계가 순조롭게 되려면 정상회담이 정례화돼야 한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때도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김일성 전 주석을 만났다.
■법륜스님
남북문제에 대한 국민지지가 식은 데는 대통령의 책임도 있다. 북한 민중에 햇볕정책이 진정 도움이 됐는가. 촛불만도 못하다. 북한에 조건없는 긴급한 지원을 해야 한다.
■김 대통령
남북관계가 정체상태에 있지만우리 성의가 부족했거나 태만했기 때문이 아니다. 김 위원장의 답방을 비롯 장관급 회담, 경의선 연결, 이산가족 면회소,편지교환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이 회답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북미관계를 보고 나서 남한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그동안 비료를 포함,1억8,000만달러를 도와주었다. 전 정권 때 2억7,000만달러 어치 쌀을 보냈고 소련에는 30억달러를 주고도 못 받고 있다.
서독은 17년간 동독에 450억달러를 지원했다.남한에서 도와주자는 분위기가 되려면 북한도 협력해야 한다.
정부는 4,000억원의 돈(남북교류협력기금)이 있다.지금 면회소가 설치되고 편지가 오고 갔으면 분위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북측도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협력해야 한다.
■정천구 영산대교수
남북한 모두가 이기는 윈윈전략에 동감한다. 그러나 북한 상선의 영해침범 등 국민의 의구심이 있다. 명확한 지침이 있어야 한다.
■김 대통령
과거 정권은 울진 삼척사건, 판문점 도끼만행, 푸에블로호 납치, 아웅산 폭발 등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북한을 응징하지 못했다.
국민의 정부는 북한이 도발한 연평 해전에서 무력으로 응징했다. 비무장 상선에 무력을 썼다면 세계 여론, 남북관계가 어떻게 됐겠는가. 압박해서 영해 밖으로 나가라고 한것이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생각한다.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김정일 위원장이 언제 오느냐. 확실히 밝혀달라.
■김 대통령
확실히 얘기할 사람은 김 위원장뿐이다. 현재로서는 언제라고 말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분명히 서울답방을 남북공동선언에 넣어 약속했다
. 당시 북한은 공동선언에 답방을 안 넣으려 했다. 남북정상회담이 1회로 끝난다면 누가 믿겠느냐고 설득하니 온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온다면 금년에 와야 한다.
조금씩 변화가 있는데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DJ '변화가…'에 촉각…종합적흐름 언급한듯
김대중 대통령이 15일 각계대표들과의 대화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관련, “조금씩 변화가 있으나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힌 대목의 내용은 무엇일까.
막후협상의 진전 상황을 얘기한 것인지, 아니면 전반적인 정황을 언급한 것인지 불확실하다.
정부 관계자들도 “대통령의 언급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지 알지 못한다”면서“팩트(사실)와 흐름을 종합한 것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현재 남북간에는 다양한 수준의접촉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답방만을 놓고 막후에서 협상이 진행되는 흔적은 잡히지 않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들도“밀사역을 맡을만한 실세나 전문가 대부분이 서울에 있다”고 말한다.
만약 답방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면, ‘조금의 변화’ 보다 적극적인 표현이 나왔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당국자회담 금강산관광 등 다른 문제의 협상이나 미북 대화의 과정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의미로 일단 해석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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