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다 : 속에 들어 있는 액체 가루 낟알 따위를 떠내다. (두산동아 표준국어사전)●푸다:(주로 ‘퍼오다’로쓰여)인터넷 게시물을 복사해 다시 인터넷에 올리다.
●용례: 퍼온 그림. 이 글을 퍼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주세요.
디지털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원본과 모사본의 경계를 지워버린 것이다.김인규 교사의 나체사진을 어느 사이트에나 올릴 수 있고 음반을 사지 않아도 원본 그대로의 음악을 들을 수가 있다. 그래서 문화작품 생산자 중에는인터넷 문화의 확산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음반제작자들이 냅스터와 소리바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아예 디지털의 이런 특징을 잘 살려 인터넷을 정보 공유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이들도 있다. 이들은 저작권을 뜻하는 ‘카피라이트’에 빗대 모든 사람이 프로그램을 복제하고 배포하고 수정할 수 있는 ‘카피레프트’를주장한다.
‘퍼오다’는 인터넷에 게시된 글이나그림을 내려받는 행위를 말한다. 틀을 통째로 가져오는 복제(copy)와 달리 틀은 그대로 둔 채 속에 든 내용물만 가져오므로 ‘푸다’가돼버렸다. 다른 사이트에서 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을 때 ‘퍼온 것’이라는글을 달아 주면 ‘무단 도용’의 혐의까지 벗을 수 있다.
글을 퍼오는 것은 카피레프트의 정신과 궤를 같이 한다. 더구나 퍼오는 대상물은 재미나 의미면에서 그 만큼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정보의공유에서 나아가 의식과 주장의 공유에까지 이른 것이다.
인터넷에 이영자씨를 옹호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더니 그 글이 다른 여러 사이트들에서 ‘퍼온 글’로 올라 있더라는 오상희(30ㆍ회사원)씨는 “내 주장이 그만큼 공감을 얻는 것 같아칼럼리스트가 된 느낌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유명인이 된 인터넷패러디신문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나 ‘도올비판’으로 명성을 얻은 이경숙씨도 인터넷에올린 글이 ‘퍼온 글’ 형식으로 여기저기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잘 나가는 사이버 논객들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쳐 알려진다.
‘퍼온 글’은 또 정보의 전파속도를 빠르게 한다. 인터넷은 무한대의 접속이 가능하지만 한 사이트의 방문자 수는 제한돼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퍼온 글’은 사이트의 장벽에 소통의구멍을 뚫어 정보의 바다를 더욱 넓히고 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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