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胃)를 보호하라.”올해 발효유 시장의 화두는 ‘장(臟)’이 아니라 위다. 위장 질환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이 발효유 업체들의 ‘돈줄’이 되고 있다.
지난 해 9월 한국야쿠르트가 위를 보호한다는 컨셉을 내세워 침체됐던 유산균 발효유시장에 연간 2,000억원 대의 신대륙을 개척하자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롯데햄ㆍ우유 등 유가공 업체들이 앞다퉈 비슷한 주제의 경쟁제품을 출시,기능성 요구르트 시장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위에 좋은 발효유’의 원조는 한국야쿠르트의‘윌’. 지난 해 9월 발매된 이후 초기엔 하루 평균 30만개, 요즘엔 60만개씩 팔려나가며 발효유시장의 ‘세대교체’를 선도하고 있는 히트상품이다.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두가지 유산균을 야쿠르트 중앙연구소에서 자체개발해 종균으로 사용한 것이 특징. 야쿠르트 관계자는 “한국성인의 75% 정도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으며 위암이 단일질환으로 최고의 사망률을 나타내는 현실을 정확히 포착한제품”이라고 설명한다.
고급발효유 ‘불가리스’로유명한 남양유업은 ‘위력(胃力)’이란 위 보호 제품으로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남양은 헬리코박터파일로리의 증식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L-파라카제이균과 인삼 및 인진쑥 추출물, 포도씨추출물 등을넣은 ‘진화된 발효유’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발매 초기부터 판매가 급속히늘어나며 인기를 끌자 유사제품까지 등장해 시비가 벌어지기도 했다.
남양은 뒤늦게 뛰어든 롯데햄ㆍ우유가 포장과 디자인을 그대로 본뜬 모방제품 ‘위위’를 내놓자 롯데측에 공식 항의, 디자인을 바꾸게 했다.
매일유업이 내놓은 신제품 ‘구트’ 역시 위 보호를 핵심 컨셉으로 내세운 복합기능 발효유.헬리코박터파일로리의 증식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높은 유산균 및 난황액, 녹차추출물인 카테킨 등 위에 좋다는 원료를 투입한 제품이다.
매일은 특히 대장기능을 강화하는 성분을 비롯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장의 환경을 개선해 주는 천연 식이섬유 등을 함유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장공략을본 격화하고 있다.
발효유 시장에선 한국야쿠르트의 ‘방판(방문판매)’ 대 나머지 업체들의 ‘시판(시장판매)’간의 전쟁도 볼만 하다. 현재 기능성 발효유 시장의상당 부분은 ‘야쿠르트 아줌마’로 대변되는 방판이 장악하고 있는 상태.
때문에 백화점이나 할인점, 슈퍼마켓 등 일반 유통망을 통한 시장판매에 의존해 오던 업체들이 최근 들어 방문판매 마케팅을 채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아줌마판매원을 모집하는가 하면, 가정에만 보급하는 전용 제품까지 만들어 방판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서울 도심의 오피스타운을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방문판매 시스템을 운영해 온 남양유업은 올해부터 가정판매를 대폭 확대키로 했다. 연말까지 가정 판매를 전담할 대리점 수를 지난 해보다 20~30% 가량 많은 370여 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매일유업은 ‘장에는 GC’ ‘구트’ 등 프리미엄급 제품위주로 방판시장을 개척 중이다. 지난 해부터 ‘가정배달판매점(DS)’을 신설해 전국 단위로 아줌마 판매원을 모집하고 있다.
판매원 전원을 ‘소사장’으로 임명해 DS 운영의 전권을 부여하는 게 특징.남양유업 관계자는 “기능성 발효유처럼 전문적인 안내와 설명이 필요한 제품일수록 방문판매식 1대1 마케팅의 효과가 크다”며 “차별화한 기능과 성분을 내세운 제품개발이 붐을 이루면서 앞으로 방판을 채택하는 업체들도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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