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0㎞ 창지앙(長江)은 천변만화의 조화를 만들어낸다. 때론 바다같이 도도하게흐르고, 때론 천지를 쓸어 내릴 듯 호호탕탕 흐른다.안개에 싸인 창지앙 싼샤(三峽)에 이른 강은 깎아지르는 협곡의 좁은 틈과 만나면서 “쿵쿵슉슉” 소리를 낸다.
강은 화를 내고 있었다. 유람선의 여행객들은 협곡 곳곳의 절경과 역사유적에 감탄하느라 강물의 외침을 듣지 못한다.
뿌연 황토빛 장강대하의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여정. 크루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싼샤관람이다.
싼샤는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의 남진관에서 충칭(重慶)시 봉절현 백제성에 이르는 193㎞ 강 양편의 경치를 이르는 말.
하류에서부터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시링샤(西陵峽), 우샤(巫峽), 취탕샤(瞿塘峽)가 차례로 나타난다. 천인단애(天人斷崖)의 절벽과 물이 만나는 경치가 중국십대명절 중 가히 으뜸이다.
그래서 당대(唐代)의 시인 원진(元稹)은 ‘除却巫山不是雲(제각무산불시운)’이라고 읊었다. 싼샤 일대의 구름을 본 사람은 다른 구름은구름 같이 보지 않는다는 것.
이곳을 보고 나면 다른 경치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과장 섞인 설명에 말을 잃는다. 하지만 동의할 수밖에 없는경관.
이백, 백거이, 소동파 등 중국 각 시대의 문인들 역시 수도 없이 창지앙 싼샤의 아름다움을 찬미했다.
백제성, 장비묘, 적벽, 형주성, 강릉성 등등 그 이름만 들어도 삼국지 군사들의 함성과말발굽이 들리는 듯한 역사의 공간들이 싼샤 아래 위로 부지기수. 각각의 협곡은 험난함, 오묘함, 웅장함의 특성을 갖고 빼어난 자태를 겨루고 있다.
이창에서 출발한 유람선 ‘삼국호’가 강을 거슬러 10여 분 만에 만나는 시링샤. 장비가북을 치며 장수를 선발하던 장비뇌고대(張飛雷鼓臺)와 백거이, 백행진, 원진 등의 당나라 시인들이 교유하던 삼류동(三遊洞)이 볼 만한 명승지. 안타깝게도유람선은 속력을 내며 지나간다. 절경은 잠깐 스치듯 얼굴을 내보이고 만다.
시링샤는 또 이창 부근에 갈주패댐이 생기기 전에는 싼샤 중 물길이 가장 험난해 많은배사고가 일어나던 험탄(險灘)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겉으로는 잔잔해 보이는 창지앙 물 밑에는 소용돌이가 거세다. 물에 빠지면 익사가 아닌 심장마비사가대부분.
특히 창지앙 전체는 상류 티베트 지방의 발원지에 나무가 없어 흙탕물로 흘러가기 때문에 지류 400여개와 만나는 곳 외에는 모두 강물이뿌옇고 누렇다. 누런 강물은 황하만이 아니었다.
두 번째 협곡인 우샤로 들어선 창지앙은 굽이굽이 휘어 돌아가면서 양편 협곡 십이봉의위용을 자랑한다.
강남과 강북에 각 여섯 봉씩 취학봉, 송남봉, 집신봉, 등룡봉 등등 온갖 기암괴석의 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른다.
그중 으뜸은 신녀봉(神女峰). 초나라 양왕이 배를 타고 구경을 왔지만 안개와 구름때문에 신녀봉을 보지 못하고 돌아간 뒤 꿈 속에서 그녀를 만나 정을 나눴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여기서 ‘운우지정(雲雨之情)’이라는 말이 유래했다는것. 구름과 안개가 사라진 우샤 십이봉을 바라보니 양왕의 안타까움이 이해된다.
싼샤 중 가장 널리 알려진 협곡은 취탕샤. 셋 중 가장 상류쪽에 있다. 8㎞의 짧은구간이지만 중국 인민폐 5위안(元)의 뒷면 그림이 취탕샤 기문일 정도로 웅장하다.
기문 사이로 솟아있는 해발 1,206㎙의 적갑산(赤甲山)은 싼샤일대 최고봉. 협곡의 폭이 90~400㎙로 좁아져 물살이 배를 밀어친다.
유비가 관우의 원수를 갚기 위해 70만 대군을 이끌고 강을 따라 오나라를 침공했다대패한 후 촉나라로 돌아가던 중 숨을 거뒀다는 백제성(白帝城)이 쿠탕샤의 기문 끝머리에 있다. 싼샤의 끝이자 시작점이다. 여기서 배로 하루를 더가면 충칭이다.
험난하기 때문에 오히려 ‘찬탄하는 아름다움’으로 승화한 창지앙 싼샤. 물과 산이 만나감탄사와 의성어만을 쏟아내게 만드는 엄청난 자연이다.
하지만 이 절경도 싼샤댐이 완공되는 2009년이면 완전히 달라질지 모른다. 수위가 40㎙이상 올라가고 장비묘, 소삼협, 신농계 등 절경 곳곳이 사라질 안타까운 현실. ‘사람과 자연의 공존’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또 한 번 깨닫게 만든다.
정상원 기자
■충칭 가는길. 먹거리
▦충칭시=충칭은 삼협댐 건설이 시작되면서 중국 내 4대 직할시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인구가 3,200만 명.
아열대 기후로 연평균 18도, 최저기온이4도 정도다. 시내 중심가에는 마지막 임시정부청사가 있다. 1995년 임시 복원한 뒤 지난해 개ㆍ보수한 5개 건물로 이뤄졌다. 그러나 중국 정부에서관리비의 50%밖에 지원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먹거리= 충칭 대표요리 훠꿔(火鍋)가 있다. 중국식 샤브샤브. 1,500여 년 전 삼국시대부터 발달한 요리다.
매운 육수국물에 각종 요리재료를살짝 담궈 끓여먹는 방식이다. 동충하초와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고추 국물에 담궈 먹느냐, 뱀과 각종 약재가 들어간 시원한 국물에 요리재료를끓이느냐는 본인의 선택.
돼지 골, 오리 내장, 뱀장어, 맹꽁이 등 보기에는 혐오스러운 재료도 많지만 의외로 쫄깃하고 독특한 맛이 일품이다. 우이루(五一路)가유명한 식당.
▦가는 길=아시아나 항공이 매주 목요일 오전에, 중국서남항공이 매주 토요일 오후에 취항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US여행사(02-773-7333)가3박 4일의 창지앙 크루즈와 충칭 시내 관광을 포함한 4박5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