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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남북경협 큰 기대는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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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남북경협 큰 기대는 금물

입력
2001.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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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전 우리는 한반도에서 천지가 개벽할 것같은 변화를 경험하였다. 남과북의 정상이 악수하는 장면을 우리가 언제상상이나 해 보았는가?우리는 그것이 너무도 큰변화였기에 이 땅에서그와 같은 변화가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기대하였다. 그러나 실제로일어난 변화는 우리의기대와는 너무도 거리가먼 것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이 가져온 기본적인 변화는무엇보다도 남과 북이정부 차원에서 대화하고 또 교류할 수있는 환경을 마련하게 되었다는 데 있다.

정상회담 이전에 북한은 남한정부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남한의 기업인들과는 직접 만나 경제적이득을 취하려는 태도를취해 왔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 이전의 모든 남북간의 경제적 교류는 남북의정부차원의 협약이나 법적제도하에서 이루어 진것이 아니라 일종의관행에 의해 비정규적으로 진행되어 온 것이었다.

그러나 두 정상이 만나게됨으로써 남과 북은서로 정부의 존재를실질적으로 인정한 셈이되었으며 따라서 모든경제적 거래가 상호간의 법적 테두리 내에서이루어 지고 또거래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기 시작하였다.

물론 아직까지 법적 제도가 완비된것은 아니다.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청산결제, 상사분쟁 해결절차 등에 대한협정을 위해 수 차례 실무자들 사이의 대화가있었고 또 정책책임자 간의 가조인도 있었으나 아직 실질적으로 발효되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남북경제교류에 대한 법적제도가 마련된다는 것이바로 정상회담이 갖는의미임에도 불구하고 그발효가 지연되고 있음은남북간의 관계가 결코단시일 내에 완전한공동체로 될 수있는 것이 아님을말해준다고 하겠다.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선언에 포함되었던 경제분야에 관한 조항은 한반도에 경제공동체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두정상의 장기적 비전을보여준 대목이라고 평가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 관해서도 지난 일년동안 별다른진전이 없었던 것또한 사실이다. 회담 직후실무차원에서 경의선의 복원과개성공단의 건설에 합의하고 실질적인 작업에 진입하는 듯했으나 이후 별다른진전이 없다.

남쪽에서는 경의선을 복원하기 위해 이미휴전선 내의 지뢰를제거하는 등 건설공사에 박차를 가하고있는 반면에 북한은공사를 위한 별다른변화를 보이고 있지않는 것은 오히려남한 정부가 너무서두른다는 여론의 비판을받게 하는 빌미를제공하기도 했다.

경제적 교류란결코 일방적인 시혜관계로 지속될 수 없다. 서로의 이해관계와 계약관계에 의해서만 교류는 지속될 수있는 법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뜻이 아무리좋다고 하더라도 한쪽으로 과다하게 치우친 계약관계는 결코 그 사업을장기적으로 지속될 수없게 한다.

여기서강조되어야 할 것은남북간의 경제교류에 있어서정부와 민간기업의 명확한역할 분담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안정된 환경 속에서북한과 거래할 수있는 법적 제도를마련하는 일에 전력하며 기업은 기업 스스로의 철저한 경제적 계산에의해 북한과 교류하게 하여야 한다.

북한과 교류하는 기업을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한다면 우리는 또다시현대의 금강산 사업과같은 문제를 자초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약속대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그러나 그답방이 또 다른천지 개벽을 가져오리라는 기대는 하지 말자.

한반도에서의 경제공동체의 건설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남과북이 주어진 여건속에서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기초로 차분히 교류관계를 확대해 가는 인내심이 필요할 때다.

이 영 선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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