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5 남북 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오늘로 꼭 1주년이다. 남북의 최고 지도자들이 직접 만나 평화공존을 다짐한 것이 바로 1년 전의 일이다.반세기 동안의 대결과 갈등의 역사를 화해와 협력의 새 역사로 바꾸려는 이 시도는 전세계인의 찬탄과 7,000만 민족의 환호 속에 이뤄졌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순안 공항에서 은둔의 북한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손을 맞잡은 감격스런 장면이 연출된 것이 바로 1년 전 이 맘 때다.
양쪽 지도자의 상봉이후 지난 1년간 우리는 여러 방면에서 북측과 마주앉아 긴장완화를 비롯한 한반도 공존방안을 논의했다.
최초의 국방장관 회담을 비롯해 적십자 회담, 이산가족 교환 방문, 심지어는 비전향 장기수의 북송에 이르기 까지 많은 신뢰 회복 조치들이 논의되고 또 이뤄졌다.
그러나 세계사의 탈냉전 조류 속에 찾아온 한반도에서의 해빙기류도 안팎으로 부터의 만만찮은 도전과 큰 반작용에 시달려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미국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기존의 대화방식에 큰 변화를 요구했다.
포용정책이라는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접근방식만큼은 바꿔야 하겠다는 부시 정부의 공세적 대북자세는 협상의 전도를 낙관만 할 수 없게 한다.
특히 부시 행정부의 사안별 검증 방침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한 가운데 어제부터 뉴욕에서 북미간 접촉이 재개됐다.
우리는 양측이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 남북대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길 바란다. 한편 우리내부에도 대북정책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없지 않다. 가장 우려해야 할 대목은 아직도 냉전적 사고를 버리지 못한 수구적 기득권층의 반발이다.
그들은 6ㆍ15선언을 통해 민족의 공존을 다짐하면서도 북한을 타도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북한 역시도 입으로는 남북의 상생을 얘기하면서도 무력 적화의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냉전적 사고나 수구적 행동이 결코 한반도 문제해결의 메인 스트림이어서는 안 된다. 6ㆍ15선언을 계기로 찾아온 한반도의 해빙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렇다.
남북 양측이 무엇보다 우선해서 서로 약속한 사항 만큼은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교착국면의 타개를 위해 불가피하다.
김 위원장의 답방 약속이행은 그래서 중요하다. 낙관적인 시각의 무책임함 못지 않게 비관적인 사고 역시 이롭지 않다. 민족의 장래를 걱정하는 차분한 마음으로 6ㆍ15선언 1주년을 가슴에 새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