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축제북유럽에 일반화된 6월 23일 하지 축제는 엄밀히 따지자면 불법이다. 옥외에 대형 장작불을 피워 놓고, 고기를 구워 떠들며 맥주를 들이키는 사람들을 그 누구도 제지할 수 없다. 축제란 즐거운, 때로는 아슬아슬한 일탈이다.
축제라는 말의 어원은 종교의식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라틴어 ‘페스투스(festus)’, 일을 하지 않는다는 ‘페리에(feriae)’이다.
축제란 어원적으로 ‘일상적인 것에서 벗어나 종교적 의식에 들어간다’는 말이다. 이 시대, 축제란 해당 국가의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도 하다.
유럽 15개국의 정통한 민속학자들이 자국의 문화적 키워드, 갖가지 축제의 속살을 펼쳐 보인다. ‘유럽의 축제’는 곳곳의 다양한 축제 문화를 통해 가장 유럽적인 놀이 문화, 유럽적 심성을 이해하는 첩경을 제공한다.
그것은 동시에 기독교가 토속 문화속으로 녹아 들어간 산물이기도 하다.성탄절(성 니콜라우스 축일, 마리아 수태절 등), 부활절(수태고지, 그리스도 승천제), 성령강림절
(성요한 축일, 할로윈 등)은 유럽 지역에서 성대한 축제의 형태로 남아 있는 3대 기독교 문화이다. 민속 축제는 보다 훨씬 다양하다.
쾌락과 정열의 나라 스페인은 축제라면 돈을 아까지 않는다. 3월 12~19일의 발렌시아 불꽃축제에서는 며칠새 인구 2만 도시의 1년치 예산이 잿더미가 된다. 동시에 채찍과 유리 조각으로 자해하는 수도승이 있다.
아이들을 벌주고 상주는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 마녀, 기혼 여인들의 광기가 난무하는 그리스의 남근 숭배 풍습(1월 8일), 고위성직자들도 껑충껑충 뛰어 다니는 룩셈부르크의 성령 강림절 풍습 등 진귀한 행태가 종교의 이름 아래 벌어진다.
축제 때라면 먹고 마시는 것뿐인 덴마크, 하지에 산더미 같은 장작불을 놓고 즐기는 핀란드 등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북구의 열정이 신선하다.
이 책은 유럽 연합(EU) 특유의 문화적 다원성에 대한 자부심의 산물이기도 하다. 편집자 울리히 쿤 하인은 “지난 세기는 TV와 인터넷이 전통적 형태의 삶을 변질시켰지만, 이제는 자기 고유 문화 가치를 인정하는 태도로 생산적이고 즐거운 유럽을 만들 때”라고 강조한다.
각국의 민속학자, 방송제작자, 언론종사자, 자유기고가 등 문화 종사자들이 두루 참여했다. 널찍한 신국판 변형에 전면 칼라 편집.
울리히 쿤 하인 지음 심희섭 옮김 컬처라인 발행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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