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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토틀웨스턴' 할리우드 서부극의 프랑스식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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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토틀웨스턴' 할리우드 서부극의 프랑스식 변주

입력
2001.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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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서부극이 대서양을 건너이탈리아에서는 마카로니 웨스턴이 됐고 그것이 다시 지중해를 건너 프랑스에 오면 무엇이 될까. ‘동정 없는 세상’의 신세대 엘릭 로샹(31) 감독은 ‘토틀 웨스턴(Total Western)’ 이라고 말한다.그가 말하는 ‘Total’ 이란 정통 서부극에 대한 오마주(숭배)나 계승도,아웃사이더들의 냉소와 코미디인 마카로니 웨스턴의 모방도 아니다.

선악의 이분법을 떠나 스크린에 선혈을 낭자하게 뿌려 ‘폭력의피카소’ 라는 불리는 샘 파킨파와 그를 숭배하는 오우삼(존우)과 쿠엔틴 타라티노에 프랑스식 유머를섞은 갱스터 무비. 그래서 ‘토틀 웨스턴’은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묘한 맛을 낸다.

사소한 감정대립이 어이없는 상황을몰고 오고, 서로 총질을 해 대 모두가 죽고, 주인공 제라르(사무엘 르비앙) 한 명만이 겨우 살아 남는 도입부는 누가 봐도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개들’을 변주했다.

프랑스 외딴 시골 마을로 피해 그곳 청소년 감화원 상담원으로 일하는 그에게 ‘피의복수’의 시간이 다가온다.

영리하지 못하고 잔인하기만 한 상대 마피아 두목인 루도(장 피에르 칼퐁)일당은 감화원생들의 목숨을 담보로 제라르가 감춰놓은 돈을 뺏으려 한다.

그들은 희화한 서부극의 악당이고, 감화원 주변의 낮은 구릉은 흙먼지 날리던황량한 서부의 이미지를 대신한다.

영화는 터키, 알제리 등 이방인인감화원생들과 ‘프랑스 시민의 긍지’를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그들을 위협하는 악당과의 제한된 공간에서의 술래잡이를 계속한다.

그 과정에서 엉뚱한 군인들의 등장, 자동차 키가 없어 도망가다 쩔쩔매는 원생들, 동성애적 유혹으로 마피아를 격퇴하는 등프랑스식 황당하고 어이없는 해프닝.

웃다가도, 빠르고 거침없이 저지르는 폭력에 가슴이 서늘해진다. 일종의 부조리 연극 같은 이야기 방식을 통해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인생의 아이러니이다.

삶과 죽음이 엉뚱한 상황으로 엇갈리고, 미움과 불신이 운명 공동체적 위기 앞에서 믿음과 서로에대한 의지로 바뀌는.

그 아이러니야말로 출구가 막힌‘동정 없는 세상’에 대한 조롱이다. 파리가 아닌 외딴 시골이라고 다른세상일까. 그래서 주인공 제라르 역시 ‘석양의 무법자’처럼 표표히 떠나지 못하는 모양이다.

잔인한 액션, 어이없는 해프닝. ‘토틀 웨스턴’은 또 다른 ‘동정없는 세상’이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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