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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따라 농민희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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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따라 농민희비 엇갈려

입력
2001.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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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는 단비, 다른 쪽에는 마른 하늘.’11~13일 내린 비는 농민들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지역 편차가 무척 컸기 때문이다.

가뭄이 가장 오랫동안 계속된 경기 동두천시의 경우 관암동 등 대부분 지역에서 12일 밤부터 2시간 동안 50㎜의 제법 많은 비가 쏟아졌다.

비를 맞으며 논에 물을 대던 농민 박모(59)씨는 “오랜만에 천둥과 번개 소리를 들으니 속이 확 뚫리는 것 같다”며 “이 정도면 논농사도 급한 불은 껐다”고 기뻐했다.

반면 동두천시 북부지역의 소요동은 비가 10㎜밖에 내리지 않아 밭농사에 도움을 받는 정도에 그쳤다.

충남지역에서는 13일 대부분 찔끔 비가 내린 가운데 유독 청양군 장평면 낙지리에만은 20㎜가량의 단비가 왔다.

이 동네 주민 이장훈(65)씨는 “물 부족으로 모내기를 못해 애를 태웠는데 다행히 비가 내려 모를 심을 수 있게 됐다”며 “우리 동네에만 비가 많이 내려 다른 지역 농민들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고겸연쩍어 했다.

반면 청양군내 다른 지역은 강수량이 5㎜에 그쳤고, 충남지역에서 가뭄피해가 가장 심했던 태안ㆍ당진ㆍ서천군에서는비 한방울 구경할 수 없었다.

태안군 원북면 농민 김종수(64)씨는 “다른 지역에서는 비가 온다고 야단인데 우리 동네는 물이 없어 살수차만 기다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가뭄에 우박피해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었던 경북 봉화군의 경우 물야면에는 12일 밤부터 9.5㎜의 비가 내려 밭작물 해갈에 도움이 됐지만 바로 옆 봉성면은 한두방울 비가 오는 데 그쳐 농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

강원지역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춘천은 11일부터 사흘간 25㎜가 내려 타 들어가던 대지를 적셨으나 인근의 원주 철원 등은 농사에 도움이 되지 못할 정도였다.

또 남부지방에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농민들은 중부지방의 비소식에 씁쓸한 미소만 지어야 했다.

전남 무안의 한 농민은 “비가 내렸다고 해서 밭에 나가 보니 땅거죽만 살짝 적셨고 흙을 파보니 아래는 아직 푸석푸석해 농사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야속한 하늘만 쳐다봤다.

/전국종합

■올 전체강수량도 역대 최저치 기록

올 봄(3~5월) 가뭄이 관측 시작 이후 역대 최악을 기록하면서 올 전체(1월1일~6월12일) 강수량역시 대부분 지방에서 역대 최저 수준에 이르고 있다.

13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들어 12일까지 전국 73개 관측지점 중 충주(124.1㎜) 양평(123.8㎜)등 21개(28.8%) 지역이 관측 이후 최저 강수량을 기록했고, 제주(255.9㎜) 등 16개(21.9%) 지역은 두 번째로 적은 강수량을 보였다.

세번째 최저 강수량을 보인 곳도 부산(223.2㎜) 등 13개(17.8%) 지역에 달해 전국적으로 절반 이상의 지방이 역대 1~3위의 최저 강수량을기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겨울 잦은 눈으로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올 봄에 얼마나 비가오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면서 “올 장마에도 지역에 따라 강수량 편차가 예상돼 상황이 더 악화하는 곳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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