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중재자로 파견하는 강수를 둔 조지 W 부시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_팔레스타인분쟁에서 첫 가시적 성과를 끌어냈다.이스라엘 텔아비브 주재 미 대사관은 13일 새벽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수반이 막판 테닛의 중재안을 수용키로 했다” 며 “전날 이스라엘에 이어 팔레스타인이 유혈분쟁 종식에 합의함으로써 신뢰구축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테닛의 중재안은 ‘양측간 즉각 휴전→안보회담 재개→분쟁전 상황으로의 복귀’ 를 골자로 한 ‘실행계획(work plan)’ 으로, 이른바‘미첼 보고서’ 이행을 위한 사전 단계의 성격이 짙다.
미국은 이날 테닛 중재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팔레스타인 과격무장단체의 불법무기 압수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20여명의 지하드 및 하마스 급진주의자 체포 ▦자치 지역내 박격포 회수 ▦여행금지 등 팔레스타인에대한 이스라엘의 제재조치 해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첼 보고서에 명시된 양측간 신뢰회복을 추진하기에 앞서 6주간의 냉각기간을 두고,이후 정착촌 건설 동결 등을 협의키로 했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분쟁종식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에도 불구, 미국의 중재안대로 회담이 진행될 지에 대해서는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팔레스타인이 막판 중재안 수용의 조건으로 내 건 ▦이스라엘이 제안한 완충지대 설치 반대 ▦이스라엘의 제재 해제및 병력 원상복귀에 대한 일정 제시 등은 이스라엘과 아직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이다.
합의 발표 직후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분쟁을 줄일 수 있다는 희망에서 미국 제안을 받아들이지만그렇다고 모든 것에 대해 우리가 열의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라고 한 발언은 양측의 불신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라파트 수반과 테닛과의심야회동이 열린 요르단강 서안지구 인근에는 1,000여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인티파다(봉기)는 계속될 것” 이라며 미국의 제안에 굴복하지 말 것을요구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13일 오후 테닛 국장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보안책임자간 3자 회담에 이어 이날 밤 벨기에 브뤼셀에서 조지W 부시 대통령의 유럽순방을 수행하고 있는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과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과의 회담이 예정돼 있으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와이스라엘측이 아라파트 수반이 내건 합의안 조건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회담 진전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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