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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性교육도 '눈높이'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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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性교육도 '눈높이' 맞춰야

입력
2001.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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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배기 아들이 엄마에게 물었다.“엄마, 나 어디서 왔어?” 엄마는 당황했지만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생각하고 평소 들어온대로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 설명해나갔다. 정자와 난자, 그리고 수정에 이르기까지. 엄마가 “이제 알았지?”하며 이야기를 끝내자, 한 마디도 않고 듣고만 있던 아이가 말했다. “응,잘 알았는데. 엄마 그런데 작년에 우리가 이사오기 전에 말이야. 전에 살던 동네 이름이 생각 안 나서.”부모들이 지니고 있는 성교육에 대한강박관념에 대해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배정원 상담부장은 이 같은 우스갯소리로 설명하곤 한다. 배 부장은 “유아 때부터 성교육은 필요하지만,철저하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아기는 어디서 와?’와 같은 질문을 해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라고 되물어아이가 알고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답을 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한 후 이야기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자녀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가 성교육을하기에 좋은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성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있으면서도 신체적 변화가 아직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성에 대한 인식을확립할 수 있다. 성교육은 언제 시작해야 할까? 아이가 궁금해할 때를 부모가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네댓 살짜리 아이가 대중목욕탕에 갔을 때다른 성의 생식기를 유심히 바라보거나 치마를 들추거나 다른 사람의 항문을 손가락으로 찌르는 장난을 치기 시작할 때가 성교육이 필요해지는 시기이다.

하지만 연령에 따라 수준을 조절한다.3~4세 아이가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요?’라고 물어볼 때는 ‘엄마의 뱃속에서 자란단다. 다 자라면 의사선생님이 도와줘서 세상으로 나오는 거야’라는식의 설명만으로도 충분하다. 5~6세 경에는 ‘엄마의 뱃속에는 아기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방이 있는데, 거기서 아기가 자란다’고 알려주고,7~8세 아이가 질문하면 ‘엄마의 다리 사이에 소변이나 대변이 나오는 것 같이 아기가 나오는 길이 따로 있어서 그곳으로 아기가 나온다’고 가르쳐주면된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몸은 소중한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올바른 성역할을 알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생식기 명칭을 말할 때는 어린 아이라고 고추, 찌찌 같은 유아어를 사용하지말고 자궁, 음경 등 해부학적 용어를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위, 장, 간 등 다른 신체부위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몸의 일부분으로서 자연스럽게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초등학교 5~6학년이 되면 어른이라는 전제를 갖고 대하도록 한다. 이 때는 신체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시작하므로 초경, 임신, 출산, 몽정, 자위 등 생리적 문제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식물이나 동물의 짝짓기, 출산과 관련된 비디오를 소개하는TV프로그램을 자녀와 함께 보면서, 인간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면 보다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어린이 성폭력에 대해우려하는 부모들이 많다. 배 부장은 “성교육하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성기 중심의 생물학적 내용만을 떠올리지만, 성역할 교육과 성가치관 교육이 균형을이뤄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몸은 장난감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고 자신의 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몸도 소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하라”고말했다. 유아 및 초등 저학년에게는 ‘수영복을 입었을 때 가려지는 부분은 남한테 보여주지도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남의 것도 보지도 만지지도 말라’고설명해 주어도 괜찮다. 모르는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줄 때는 따라가거나 차를 타지 말고 보이는 데까지만 가르쳐주고, 상가에 있는 학원 등에서 화장실을갈 때는 반드시 친구들과 함께 가도록 일러주는 것도 성폭력 예방을 위한 방법이다.

문향란 기자

■인형극극으로 성교육을..

5월 문을 연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아하! 성문화센터’(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는 중ㆍ고등학생을 위한 보기 드문 성교육 체험의 장이다.

→ 우리 몸 대탐험(생김새, 성적 변화, 생식기구조와 원리)

→ 섹슈얼리티(성욕, 자위 행위, 에티켓, 성교, 성반응, 성심리)

→ 잠깐! 성관계 갖기 전(준비해야 할 것들, 의사결정)

→ 피임법을익히자!(콘돔 사용법, 피임방법 실습)

→ 준비하지 않으면(미혼부ㆍ모, 낙태, 성병, 에이즈)

→ 생명 탄생의 신비(임신 원리, 태아발달, 출산)

→ 생각할 것들(성차별, 성상품화, 성정체성) 등의

코너로 짜여진 전시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실질적으로 성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생명탄생에 대한 소중함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책임’의 문제를 인식시켜주는 데 중점을 두고 구성됐다.

전시실에서 소화할 수 있는 인원은 15명안팎.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청소년을 위한 성상담도 실시하고, 유아 및 초등학생을 위해서는 격주로 성교육인형극을 공연한다. (02)677-9220.www.aha.ymca.or.kr

내일여성센터(서울 서대문구 창천동)도매달 둘째, 넷째 주 토요일 성교육인형극을 한다. 생명 탄생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내가 어디서 왔나’에 대한 유아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02)338-7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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