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노사가 60시간의 피 말리는 줄다리기 끝에 ‘더이상 하늘길을 마비시켜서는 안된다’는 여론에 밀려 상생(相生)의 길을 택했다.시민들은‘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박수를 보내면서도 “국가 경제와 시민을 볼모로 한 항공파업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노사 양측은 6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 끝에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노조원들 사이에 합의안 수용 여부 의견이 갈리는 등 14일 새벽까지 막판 진통을 겪기도 했다.
○…대한항공 노사는 심이택 사장과 양한웅 공공연맹 수석부위원장이 협상 대표를 맡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오후 2시부터 6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다.
그 사이 사측 임원들과노조 관계자들은 협상장을 수시로 드나들며 의견조율을 했다. 쟁점이 됐던 외국인 조종사 문제와 운항규정심의위원회 건은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는 수준에서 합의를 이뤘으나 사측의 고소ㆍ고발 취하가 마지막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결국 노조측이 임금동결을 약속하고 사측이 고소ㆍ고발 취하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 최소화에 동의하면서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
양측은 그러나 합의문 작성을 끝마친 뒤에도 운항규정, 조종사 복무규정 등 세부합의내용 수정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다 14일 새벽 2시40분에야 합의문 조인식을 가졌다.
○…타결소식이 전해지자 대한한공 서소문 사옥과 공항동 본사에서 피로에 지친 표정으로 대기중이던 직원들은 박수를 치며 환영했고, 사측은 서소문 본사 12층 대회의실을 합의문을 발표할 기자회견장으로 준비했다.
합의가 이뤄진 뒤 조종사 노조원들이 농성중인 중앙대 대학극장에서는 외부인의 접근을 완전 차단한 채 오후 10시부터45분간 협상안에 대한 경과 보고에 이어 합의안 수용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노조측은 14일 0시30분께 투표를 끝냈으나 “투표결과를 일찍 발표할 경우 세부 합의내용 수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투표결과 공개를 미루는 등 끝까지 사측과 신경전을 벌였다. 78.5%의 찬성률로 합의안이 통과되고 서명식까지 끝나자 노조원들은 정리 집회를 가진뒤 서둘러 귀가했다.
○…11일 오전 10시부터13일 밤까지 계속된 협상은 시종 밀고 밀리는 긴장된 분위기의 연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측은 12일 새벽 계속된 협상에서 돌연 임금ㆍ수당 동결을 선언하고 외국인 조종사 채용 동결과 연차적감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문제는 12일 밤 협상에서는 노조측 주장을 상당부분 수용하는 선에서 의견을 접근시켰으나 또 다른 돌출변수가 튀어나왔다.
노조측은 그 사이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고 형사처벌도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 사측이 난색을 표명하면서 협상이 길어졌던 것으로전해졌다.
정영오기자
jeong@hk.co.kr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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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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