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에 대한 적신호가 잇따라 켜지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취임 2개월 여만에 심각한 딜레마에빠졌다.4월26일 고이즈미 총리 내각의 출범 당시 경제개혁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상승세를 보여 온 닛케이(日經) 평균주가는 5월7일 1만4,529.41엔을고비로 하락세로 반전, 12일에는 1만2,840.10엔까지 떨어졌다.
도쿄(東京) 증시에선 앞으로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관론이 무성하다.취임때보다 닛케이평균주가가 1,000엔 이상 떨어졌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의 기대는 이미 식었다고 볼 수 있다.
주가 하락은 각종경제지표가 한결같이 보여준 어두운 경제 전망 때문이다. 13일 발표된 4월의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 동기 대비 24.4%나 줄어 들었다. 미국경기의 후퇴 조짐에 따른 대미 수출의 감소 등이 주요인이다.
1~3월의 국내총생산(GDP)는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다. 수출과 함께GDP를 밀어 올려 온 설비투자가 크게 감소하고 철강과 자동차, 반도체 등의 감산 움직임도 완연하다. 만성적인 소비 불황이 빚은 디플레이션 흐름이다.
14일 발표될 월례경제보고에는 그동안 써온 ‘정체’라는 표현 대신 ‘악화’라는 경기진단이 포함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경제재정 자문회의는 11일 앞으로 2~3년간을 과감한 구조조정을 위한‘집중 조정기’로 설정하고 단기간의 저성장도 감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지론이기도 하지만, 재정투자 등 그동안 사용해온 대증요법이 실패한 경험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디플레이션조짐 앞에 정부·여당 내에선 구조조정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제침체로 국민의 체감 고통이 커지면 구조개혁도, 높은 지지율도 물거품이라는 사실은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의 98년 참의원 선거 참패가 똑똑히보여 주었다.
국민의 환호를 받으며 천정부지의 지지율을 보여온 고이즈미 총리가 처음 실체적인 난제에 봉착한 느낌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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