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자 오태석씨마저 “그거 뇌에 안 좋으니,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렸다. 공연후 분장실까지 찾아온 여성관객은 “욕조요…너무고마워요” 라며 마지막 욕조장면 대해 수줍게 한 마디 건네고 갔다.셰익스피어를 완전 한국화한 극단목화 레퍼터리컴퍼니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캐플릿가의 아들 머큐셔로 분한 김병춘(35)의 광기는 객석의 사고를 마비시킨다.
지난 4월 독일 브레멘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극장에서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공연됐던작품이다. 귀국 후 5월 10일부터 가졌던 국내 공연에서는 1주일 ‘입 선전’ 이 끝나니, 역시 매진 사례.
객석 사이에는 어김없이 임시 좌석이 놓였고, 때로 케이블 TV의 연극 전문프로에서 나온 촬영기까지가세한다. 김병춘의 몸짓언어는 그같은 호기심의 가운데에 놓여 있다.
몬테규와 캐플릿가 청년들의 충돌이 막바지로 치닫는 대목. 성난 말처럼 소리지르며칼을 휘두르던 그가 칼을 맞고 쓰러지는 2분.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진 그는 앞이마를 극장 바닥에 대고 긁는다. 숨이 끊겨 가는 와중에도 어쨌든지살아보려는 필사의 노력을 표현하려는 그의 연기를 코앞에서 지켜 보던 일부 여성 관객들은 입을 틀어 막고야 만다.
연일 매진으로도 모자라 보조석까지 동원해야 하는 이 연극이 하필이면 손님이 쇄도하는이번 일요일(17일)에는 쉴 수 밖에 없게 됐다.
날짜까지 다 받아 놓고도, 이번 무대 때문에 두 번 미뤄 온 그의 결혼식을 이제는 더 이상 늦출수 없어서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연극을 해 온 김병춘은 “터져 나가는 극장이 나 하나 때문에 쉰다니 관객들에게너무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기중 입은 상처로 목욕을 시원하게 할 수 없다. 부인은 극단 인혁 소속의배우 조경미(32).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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