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가뭄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해안가의 논과 밭에는 염분이 섞인 물이 스며들어와 농작물을 망치고 있다.일반적으로 벼는 내염성이 강한 작물이지만 염도(鹽度)가 높은 물이 계속 공급될 경우 고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농민들은 염해(鹽害)를 줄이기 위해 염도가 낮은 물을 찾고 있으나 가뭄으로 마땅한 수원(水源)이 없어 애만 태우는 실정이다.
농촌진흥청은 12일 “강물이 마르면서 바닷물이 역류하는 등의 이유로 멀쩡히 잘 쓰던 물이 짠 물로 변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염해의 가장 큰 원인은 강 하류지역의 바닷물 역류현상. 경기 파주시 군내면 통일천일대 150㏊의 논밭에는 지난 6일 밀물 때 바닷물이 역류, 염도가 허용 기준치(0.3%)의 2배인 0.6%까지 올라갔다.
평소 이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해온 농민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논 물로 사용해 벼가 모두 말라죽었다.
지하수도 바닷물이 역류하면서 짠 물로 변해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전남광양시 진월면에서는 지하수 사용을 위해 뚫어 놓은 관정 400여개 중 무려 100여개에서 바닷물이 섞여 나와 아예 물대기를 그만 둬야 했다.
주민 박창희(39)씨는 “논 900여평에 모내기를 마쳤는데 벼가 불그스름하게 변하면서 말라죽고 있다”며 “바닷물이 섞인 것을 뒤늦게 알고 물갈이를 시작했지만 절반 이상은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바닷가 농경지에서 가뭄으로 바닥이 갈라지면서 짠 물이 올라와 피해를 내기도 한다.
인천 강화군과 전남 진도군 등 해안 접경지대에는 논바닥이 갈라지면서 논 물의 염도가 0.4% 이상으로 높아졌고, 전남 강진군 해안가 농토는 염도가 0.5%를 웃돌아 벼가 시들고 있다.
이밖에 담수호의 물도 가뭄으로 증발하면서 염분농도가 높아져 피해를 일으키는 사례도속출하고 있다.
전남 완도군 화흥포지구의 경우 양수를 위해 설치한 자체 담수호(저수량 576만톤)의 염도가 기준치를 초과해 농업용수 사용불가 판정을 받은 상태다.
충남 태안군도 야산의 샘물에서 염분이 섞여 나와 물공급을 중단한 상태.
농진청 관계자는 “모든 농업용수는 사용에 앞서 염도측정을 정확히 해야한다”며 “염분이 섞인 물을 사용했을 경우에는 일단 물을 빼준 뒤 다시 넣어주는 물갈이를 반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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