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 분야에서 가장 일찍 발달한것이 바다와 해운에 관한 법, 해양법 또는 해사(海事)법이다. 고대 지중해를 지배한 이집트와 페니키아, 로데스 등의 초보적 해사법은 유럽을 제패한 로마제국 시절에도 통용됐다.기원 2세기 로마 황제 안토니우스는 ‘천하는 내가 지배하지만, 바다는 법이 지배한다’는 말을 남겼다. 바다를 통한 국가간 교역과, 이를 보호하고 규율하는 국제 규범의 중요성을 일찍이 터득한 것이다.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 해양 국가들이 발전시킨 국제 해사법의 핵심이념은 바다의 통항 자유다.
17세기 초 해양법의 아버지 그로티우스가모든 나라의 대양 이용권리를 주창한 해양법의 고전은 제목이 ‘자유로운 바다’다.
이 기본이념은 근대 민족주의에도 불구하고 온전하다. 국제사회가국가간 교역에 종사하는 상선의 통항 자유를 존중할 것을 조약과 법으로 약속하고 있다. 그것이 공동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우리영해이자 국제 항로인 제주해협을 북한 상선이 침범한 것은 확립된 국제규범과남북관계 현실의 괴리를 파고든 것이다.
북한이 내세운 무해(無害)통항권은 우리의 영해 및 접속수역법도 규정하고 있다. 외국 상선이 평화와안보를 구체적으로 해칠 때만 정선(停船), 검색, 나포 등 강제 조치할 수 있다.
북한이 괘씸하다고 해서 상선에 발포하거나 격침시킨다면,국제 해사법정에서 배상 책임이 논란될 일이다.
■정부가상호주의 조건 없이 통항 허용을 밝힌 것은 여론을 돌보지 않은 실책이다. 그러나 정전체제를 앞세워 강경대응을 외치는 것은 로마 황제보다 식견이 낡고 좁다.
전시에도 전쟁수역이 아닌 곳에서는 적국 상선에 발포할 수 없다. 이를 무시한 채 북한이 월경 남쪽 어선에 총격한 것과 곧장비교하는 것은 감정적, 선동적이다.
영해 침범 어로(漁撈)는 위해(危害)로 간주하며, 나포 등 강제조치를 회피하면 무겁게 처벌한다. 총질은 지나치지만, 상선과어선은 본질적 지위가 다르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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