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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5·끝) "대중.전문성 확보로 비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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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5·끝) "대중.전문성 확보로 비난 극복"

입력
2001.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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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이 지난 10여년간 우리사회 발전의 중요한 축을 맡아왔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그러나 변화의 주체 또한 스스로가 만든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법. 그런 의미에서 시민단체들은 이제 잠시 가뿐 숨을 고르고 차분히 스스로를돌이켜봐야 할 때이다.특집 연재기간 내내 쏟아졌던 ‘부정적 측면만 들추기’ ‘짚었어야할 문제들’이라는의견들은 모두 시민운동에 대한 여전한 기대의 반영이었다. 시리즈를 끝내면서 대표적인 시민단체 지도자와 학계인사를초청,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좌담 참석자 ●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석연 ·경실련 사무총장

박상필 ·경희대 NGO대학원교수

-시민단체의 권한과 역할에 비해 검증이나 자기비판이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석연=

타당한 지적입니다. 시민단체 스스로가 ‘무오류성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자신들의 주장이 국민 다수의 복리와 어긋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정하는 용기가 부족했다는 겁니다. 솔직히 의약분업의 경우 정부의 무원칙과 준비부족을알면서도 밀어부친 측면이 있습니다.

▦박원순=

정부의 준비과정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이죠. 모든 시민단체를 한 잣대로 비판하는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대다수 시민단체는 건전성과 전문성을 갖고 있어요.

검증받지 않는다고 하는데 국민과 언론이 검증하지 않습니까. 모든 운동가들은 눈에 보이지않는 감시망을 느끼고 있습니다.

▦박상필=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것은 상대적 개념입니다. 정부와 언론 등 제도화한 권력만이 있던 상태에서 갑자기 부각돼 커 보이는 거죠. 사실 시민단체는 의제설정 외에 정책집행과정에는 영향력을 행사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목표달성 수단으로서 시민단체 권력은 더 커져야 합니다. 시민단체의 권한에 대한 인식은 정치권이나 언론에의해 조작된 측면이 있습니다.

-중앙정치 비판 중심, 백화점식 비판이라는 견해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원순=

많은 시민단체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합니다. 중앙정부를 모니터링하는 단체가 돋보인 건 우리나라가 중앙집권적 체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처럼 법치주의나 게임의 룰이 정착되지않은 국가가 어디있습니까.

당연히 제도개혁 위주의 운동이 될 수 밖에 없었죠. 정당이나 언론이 제 역할을 한다면 시민운동 양상도 달라질 겁니다.

▦박상필=

중앙에 시민단체가 집중된 사실이 더 문제입니다. 지방의 경우 지역 기득권세력에 언론까지 결탁, 시민단체 역할을 봉쇄합니다. 시민운동 영역을 지방과 북한, 제3세계 등으로 확장해야 합니다.

▦이석연=

우리 시민운동은 외국처럼 지역 풀뿌리 단체가 아니라 정치개혁에서 출발했습니다. 경실련도 일종의 지식인 운동으로 정책대안 제시를 통한 합법적 개혁을 목표로 설립됐죠.

그러나 여러 이슈에 대해 백화점식비판을 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 나름대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어요.

-대중의 인기에 영합,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은 소홀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박상필=

사회적 약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시민단체의 기본 책무입니다. 정부나 시장은 결국 가진 자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소홀한 것은 문제입니다.

▦이석연=큰 이슈에 가려 소홀한 것처럼 비쳐질 뿐이지요. 하지만시민단체가 국민적 관심을 끌만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 건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운동의 센세이셔널리즘이라는 비판도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습니다.특히 특정목표를 향해 시민단체들을 하나로 묶어 밀어붙이는 방식은 문제가 있습니다.

▦박원순=

기층민중의 삶에 관심있는 단체들로 민중연대가 꾸려져 있고 철거민 문제에도 다양한 단체가참여 중입니다. 시민단체 활동이 전 분야에 걸쳐 골고루 보도되지 않기 때문이죠. 사실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다면 운동의 지속적 수행이 쉽지 않습니다.

-시민운동이 명망가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대체 리더십 창출도 쉽지않아 보입니다.

▦이석연=

소수 명망가와 전문가 위주는 우리 풍토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그 자체를 탓할 수는없습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운동방식이 지속돼야 하느냐는 것이지요.

명망가 위주의 일사불란한 운동은 조직의 경직화와 관료화, 권력기관화의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시민단체 내부의 자율적 의견교환과 후속 리더십 창출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박원순=

시민운동은 헌신적 소수에 의해 주도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미국만해도 환경운동 대부인 랠프 네이더, 의회감시단체인 커먼 코즈(Common Cause) 창립자 존 가드너 등이 독보적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죠.

우리나라에선 이제 5~10년 내에 30대가 부상할 것입니다. 이들이 운동을 이끌 시기가 되면 리더 그룹에도 상당한 변화가올 것입니다.

▦박상필=

상근자들의 이직율이 높은 것이 큰 문제입니다. 기본적인생계유지가 안되는 상황에서 헌신을 기대하기는 무리입니다. 시민단체 투신을 꿈꾸는 제자들에게 “돈 문제를 걱정하지 않는다면 한번 해 볼 만한 일”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석연=

상근자들이 리더가 되지 못하고 명망가 그룹이 특권을 독점하는 현상은 지적돼야 합니다. 정치적 편향성 등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 것도 명망가 그룹이죠. 상근자들은 고생만 하다가 이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원순=

명망가 그룹의 정치성은 대다수 시민단체와는 무관한 얘깁니다. 유명 법률회사에서 억대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는데도 상근자들 밥까지 사줘가며 일하는 이들의 헌신성까지 매도해서는 안됩니다.

▦이석연=

리더가 전문가 집단에서만 배출되는 사실을 말한 겁니다. 소수 명망가들이 권력기관화하는 현상, 그래서 상근자들이 설 땅이 없는 게 현실 아닙니까.

-무엇보다 열악한 재정이 시민단체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 아닙니까.

▦박원순=

선진국에서는 시민단체 세금을 감면하고, 일본에서는 정부가 우편적금이자의 일부를 적립해 시민단체를 지원합니다.

지방정부가 NPO센터를 만들어 사무실을 무료 임대해 주기도 하죠. 재단이나 펀드가 많은 것도부러운 점입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회원 확장을 통한 회비의 증가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일반에 다가갈 수 있는 이슈나 내용, 운동방식들을 개발해야겠지요.

▦박상필=

정부가 자신이 커버 못하는 공공서비스의 일정 부분을 시민단체에 넘기고 지원금을 확보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경찰과 포주들이 결탁해 지지부진했던 미아리 윤락가 단속도 여성단체에 위임했더라면 훨씬 효율적이었을 겁니다.

▦이석연=

소액다수 후원금과 회비에 의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어느 정도의 정부지원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가 특정 단체를 일일이 지원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공익재단을 설립, 여기서 시민단체의 활동과역량에 따라 재정을 지원하도록 관련법을 고쳐야 합니다.

-끝으로 지난 10년간 시민운동의 공과와 향후 풀뿌리 시민운동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말씀해 주시죠.

▦박원순=

시민단체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완성 등 사회적요구에 나름대로 부응해 왔음을 의미합니다. 향후 시민운동은 시민들의 참여(대중성)와 운동의 전문성이라는 두 축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운동가들의 경직된 마인드로 인해 시민들의 참여가 봉쇄된 측면이 있습니다. 풀뿌리 시민단체의 활성화를 위해 NGO 인큐베이터나지원센터를 광역단위로 설치하는 방안, NGO 간사학교의 설립 등 여러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이석연=

그간 시민단체가 보수세력을 배제한 것은 잘못입니다.‘진보=개혁’의 이분법적 사고보다는 행복추구, 삶의 질 향상 등 보다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더 이상의 이념적 논쟁을 지양하고 법치주의와 자유시장질서를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또 자율성과 다양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지난 2월 결성된 시민단체 연대회의가 거의 모든 문제에 관여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안에 따라 느슨한 형태의 연대가 이뤄지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박원순=

시민운동 내부의 반성은 필요하지만 최근의 비판은 발목을 잡으려 한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시민단체연대회의와 관련, 오히려 외국의 운동가들은 전국적 네트워크 부재로 인해 절망감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일본의 경우교과서 왜곡문제 등 우익 일변도로 치닫는 정치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양심세력의 목소리를 결집시킬 네트워크가 없습니다.

▦박상필=

시민단체는 국가의 억압성, 시장의 불평등 등 공공이익개선과 관련해 많은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목표와 전략이 앞으로도 정당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언론, 대학, 정부와 협력수준을 넓히고 영역도 넓혀가야 합니다.

중앙 시민단체들도 지역단체 활성화에 기여를 하고, 지방대학들 역시 NGO전문가를 키워내고 상근자 재교육을 통해풀뿌리 시민운동에 기여해야 합니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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