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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소살리토' 千의 얼굴 장만위 매력물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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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소살리토' 千의 얼굴 장만위 매력물씬

입력
2001.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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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보면 그는 깡말랐다. 메마르고,차가와 보인다. 그래서 섹시함 보다는 딱딱하게 느껴지는 홍콩 여배우 장만위(張蔓玉).다분히 비판적인 그의 다작에 대해 누군가 물었을 했을 때 그는 “홍콩에서의 삶이 그렇다. 늘 바쁘게 살면서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간다.두 가지 직업을 갖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고 했다.

‘폴리스 스토리’(1985년) 에서 ‘화양연화’(2000년)까지 50여 편이 넘는다. 3류 코미디에서무협영화, 뉴웨이브까지, 가리지 않았다.

당연히 ‘열혈남아’ ‘아비정전’ ‘완령옥’ 같이 빼어난 작품도 남겼지만 한심한 졸작들도많았다.

그러나 단순한 소모전이 아니었다. 그의 말처럼 그는 다른 홍콩 사람들처럼 바쁜 시간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더욱 풍부하고 다양하게 채색할줄 알게 됐고, 지금 가장 매력적이고 홍콩적인 여배우가 됐다.

‘소살리토’(감독 유위강)는 그의 배우적 매력만으로도 한편의 영화가 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그 매력이란 ‘완령옥’ 이나 ‘화양연화’ 에서 보였던 복고적인 아름다움이나 열정이 아니다.

‘인재뉴약’ ‘첨밀밀’ 같은 도시적이고, 일상적이면서 그 속에 외로움과그리움, 안타까움과 간절한 희망을 순간 순간 포착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택시기사로일하는 아들을 둔 이혼녀 엘렌(장만위)의 100가지 일상에서의 표정과 그가 천재 컴퓨터 프로그래머 마이크(리밍ㆍ 黎明)와 사랑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경쾌하고 다양한 앵글로 그려간다.

장만위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때론 느리게. 때론 점프 컷, 때로는 사진기의 셔터를 누르듯 담아내는 영상들이 교차한다.

아마 장만위를 주연으로도시적 감각의 CF를 만든다면, 뮤직비디오를 찍더라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예술인들만 산다는 고급 주택가인소살리토(Sausalito) 에서 사는 것이 꿈인, 그래서 늘 거리의 벽에 그 마을을 그리고, 시간 나면 그 마을을 바라보는 무명화가이기도 한엘렌과 그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마이크는 5년 후, 홍콩이 아닌 이국 땅 샌프란시스코로 삶의 터전을 옮긴 ‘첨밀밀’의 주인공들이다.

예전 중국 귀속을앞둔 홍콩이 미래가 없어 우울했다면, 동성애자의 도시이기도 한 샌프란시스코는 언제 지진으로 모든 것이 없어질지 몰라 늘 불안한 도시다. 그들은거리의 거지가 들고있는 종이판의 글처럼 사랑하고, 사는 날까지 함께 하기로 한다.

그들은 더 이상 망설이지도, ‘첨밀밀’ 처럼 애틋하고 깊은 상념도 가지지 않는다. 그래서‘소살리토’ 는 단조롭고, 농담과 장난처럼 현실의 장애들을뛰어넘고, 우리 영화 ‘약속’ 같은 치기와 황당한 코미디도 연출한다.

오직장만위에게 정신이 팔려서일까. 아니면 샌프란시스코란 곳이 그래야 어울리기 때문일까. 마이크의 말처럼 “Take it easy!” 16일 개봉.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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