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한국의 ‘하늘 길’은 막히고 말았다. 지난해 10월22일 대한항공의 부분파업 이후 사상 초유의 양대 국적 항공사 동시파업이 벌어진 12일, 한국의 관문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은 항공기 무더기 결항 사태로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한국에서 업무를 마치고 귀국하려던 외국인, 해외출장을 떠나려던 회사원, 신혼여행객, 관광객 등 승객들은 공항에서 발이 묶인 채 공항 계류장에 멈춰선 항공기를 바라보며 발을 굴러야 했다.
○…이날 인천국제공항 안내 전광판은 온통 결항을 알리는 빨간 문구로 붉게 물들었다. 미처 파업 소식을 듣지 못하고 나온 일부 승객들은 항공사 카운터에서 격렬히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오사카(大阪)행 대한항공기를 탈 예정이던 모벤처기업 대표 서모(35)씨는 “첫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길”이라며 “계약이 깨지면 항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한항공 국제선은 이날 출발 예정이던 39편 중 중국 등 14개 편만 운항됐으며 오전 8시30분 첫출발 예정이던 마닐라행 KE621편 등 나머지는 모두 운항 취소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전편 모두 정상 운항됐으나 객실승무원파업으로 기내 서비스가 부실, 이코노미석과 동일한 서비스를 받은 비즈니스석 이상 승객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등 파행 운영됐다.
○…김포공항에서도 오전 6시 부산행 대한항공기를 시작으로 제주행을 제외한 거의전 노선이 무더기 결항했다. 일본인 관광객 10여명을 인솔하고 제주도에 가려던 여행사 가이드 이모(33ㆍ여)씨는 “갑작스런 결항을 고객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 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국내선 240편 중대체 교통수단이 없는 서울-제주, 부산-제주 노선만 부분 운항, 20편만 이륙했다. 아시아나항공 국내선은 서울-강릉 등 6개 노선이 결항됐고 서울-부산등 14개 노선은 감편 운항됐다.
항공기 파업사태의 여파로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등은 오전 일찍부터 승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고 안내창구에는 예매상황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건교부는 임시열차 52량을 추가 운행하고 고속버스 예비차량 312대를 투입 운행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원 900여명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에서 파업 출정식을 갖고 “공권력이 투입되더라도 끝까지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이에 맞서 대한항공사측은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통해 “노조 지도부 전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맞섰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2시께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에서 열린 마지막 협상은 노조측이 한때 “수당인상 등 임금관련 부분은 동결해도 좋다”고 한발 물러서 타결의 실마리를 잡는 듯했으나 사측이 “운항차질을 막기 위해 외국인 조종사 채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혀 무산됐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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