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발레단의 남자 무용수가 22세의 늦은 나이에 고 3 학생이 되어 있다.4월 룩셈부르크 발레콩쿠르에서 은상을 받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엄재용. 선화예고 3학년이다. 오전에는 교복 입고 등교해 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발레단에서연습한다.선화예고 2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영재로 입학해 1학기를 다니고 미국워싱턴의 키로프 발레학교에서 2년 수학한 그가 다시 고등학생이 된 사연은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고교 중퇴 학력으로는 병역 혜택이 주어지는국내 콩쿠르 대학부 참가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국제콩쿠르 입상은 국내 대회보다 훨씬 어렵지만 인정되지 않는다.
발레 하는 남자에게 군 입대는 치명적이다. 몸이 굳고 뼈도 달라져 원상회복이어렵기 때문이다. 발레를 계속하느냐 포기하느냐 강요된 선택의 기로에서 그들은 콩쿠르에 목을 맨다.
콩쿠르에서 1등을 하면 공익근무요원 신분으로계속 춤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이 아주 좁다.
현재 병역 혜택이 있는 대회는 동아무용콩쿠르(금상),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금상), 서울무용제(연기상ㆍ안무상),전국무용제(연기상) 뿐이다. 국제콩쿠르 입상은 병역 해결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
반면 음악 쪽은 국내 5개에 해외 콩쿠르도 98개나 된다. 발레는 왜 차별하느냐,무용 분야도 국제콩쿠르 입상을 인정해서 병역 혜택을 받을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병무청은 공익근무요원 축소 방침에 따라 다른조치가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발레의 특수성이나 형평성 문제는 인정하지만, 무용 분야를 확대할 경우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요구를 감당할수 없다는 것이다.
발레단마다 남자 단원의 병역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국립발레단의 병역미필자는 8명. 6월 1~6일 ‘백조의 호수’ 공연의 주역 정주영(로트바르트역) 김인경(광대 역), 4월 룩셈부르크 콩쿠르 동상의 신현지가 포함돼 있다.
가뜩이나 남자 무용수가 적은데 ‘군대에 가면 끝장’이라는절박한 위기감에 ‘국방부 발레단’이라도 만들어달라는 얘기가 나온다.
무용수의 예술 생명을 위협하는 병역 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도는 없을까. 러시아의해법이 흥미롭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김선희 교수에 따르면 러시아는 주역 감의 병역을 30세까지 연기해 준다. 그때까지 주역이 못되면 군대에가야 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최고의 발레단인 마린스키나 볼쇼이에 들어가면 주역뿐 아니라 군무까지 모두 병역 혜택을 받는다. 무용수로서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에 안심하고 열심히 춤출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재능있는 무용수가 군대 때문에 발레를 포기한다면 개인적 불행일 뿐 아니라 관객과예술계의 손실이기도 하다. 발레 강국 러시아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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